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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선택은 옳았다…류현진이 증명한 PS 1선발 자격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5일 애틀랜타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승리한 뒤 선발로 역투한 류현진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 Getty Images

메이저리그 전체를 깜짝 놀라게 한 뉴스였다. 클레이튼 커쇼(30)가 아닌 류현진(31·LA 다저스)이 LA 다저스의 2018년 가을야구 첫 경기를 책임진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그림이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 이후 나란히 닷새 쉬고 나서게 돼 로테이션 상은 자연스럽지만, 단기전에서는 1차전 승리 팀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사이영상을 3차례나 수상한 커쇼는 다저스 부동의 에이스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커쇼가 선발 등판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수의 예상을 깨고 어쩌면 위험한 선택을 한 로버츠 감독은 “커쇼는 이 시대 최고의 투수이기에 (1차전 선발을 내준 것은) 그에게 큰 희생이다. 하지만 팀이 이기는 데 집중해줄 것”이라며 “남다른 열정과 경쟁심으로 이 자리에 온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1차전의 중책을 맡고도 잘 던질지 보고 싶다”고 류현진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도박일지 묘수일지, 그 답은 오로지 류현진이 쥐고 있었다. 부상으로 인한 두 번의 수술과 긴 재활을 거치며 돌고돌아 너무도 오랜만에 서야 하는 메이저리그의 가을 무대에서 심지어 1차전 선발로 나서게 된 류현진의 투구는 이번 가을 다저스의 팀 분위기를 좌우할 중대 변수가 됐다. 류현진은 그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뛰어넘었다. 다저스의 선택이 옳았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류현진은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애틀랜타 타선을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다저스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2014년 세인트루이스와 디비전시리즈 3차전까지 총 3차례 포스트시즌에 등판했던 류현진이 승리 투수가 된 것은 2013년 10월15일 세인트루이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 이후 5년 만이다.

올시즌 최고인 시속 151㎞ 직구를 앞세워 104개 역투를 펼쳤다. 올해 단 한 번도 100개를 던진 적 없이 90개를 넘긴 적도 3경기 뿐이던 류현진은 시즌 최고의 피칭을 포스트시즌 복귀전에서 해냈다. 앞서고 있더라도 류현진이 조금만 흔들리면 냉정하게 교체하던 로버츠 감독은 이날 6회말까지도 불펜을 준비시키지 않았다. 류현진의 투구는 그 정도로 안정적이고 괴력적이었다.

올시즌 좌완 상대 타율이 리그 전체 3위(0.269)인 애틀랜타 타선은 직구에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까지 다양한 변화구를 고루 배합해 완벽히 제구한 류현진을 상대로 단 1점도 뽑지 못하고 침묵했다.

1회초 2사후 3번타자 프레디 프리먼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이후 5회초 2사후까지 12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쾌투한 류현진은 이후 두 차례 찾아온 위기도 여유롭게 삭제했다. 5회초 2사후 연속 2안타를 내줘 2사 1·2루로 득점권에 처음 주자를 내보냈으나 대타 커트 스즈키를 상대로 초구 컷패스트볼을 떨어뜨려 우익수플라이 처리하면서 끝냈다. 6회초에는 선두타자 평범한 내야 땅볼로 유도한 선두타자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유격수 매니 마차도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했으나 흔들림 없이 후속타자 요한 카마고를 컷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했다. 동시에 2루 도루를 시도하던 야쿠냐 주니어가 포수 야스마니 그란달의 정확한 송구로 태그아웃 됐고, 류현진은 이날 첫 안타를 맞았던프리먼까지 2구 만에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끝냈다. 류현진은 7회초에도 2사후 아지 알비스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지만 엔더 인시아르테를 시속 90.8마일(146㎞) 직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04개의 역투를 마무리했다. 이날 구속을 올시즌 최고로 끌어올린 류현진은 103구째도 92.1마일(148㎞)을 찍으며 마지막까지 혼신의 투구를 했다.

류현진이 역투하는 동안 다저스 타자들은 확실한 홈런 3방으로 지원했다. 1회말 선두타자 작 피더슨이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린 뒤 2회말 맥스 먼시가 우중월 3점포로 애틀랜타 선발 마이크 폴티네비치를 2이닝 만에 강판시키며 기선을 제압했다. 6회말에는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중월 솔로포를 더해 5-0으로 점수차를 더 벌렸다.

류현진은 “수술 이후 힘든 재활을 잘 이겨냈다. 수술하면서도 지금까지 마운드에서 던진다는 생각만 갖고 준비했는데 오늘의 결과가 나왔다”며 “초구부터 마지막까지 전력 투구를 한 약속을 지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5전3선승제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류현진의 호투 덕에 ‘필승카드’ 커쇼의 등판을 남겨놓고도 승리하며 애틀랜타의 기를 꺾었다. 2차전은 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커쇼와 아니발 산체스(애틀랜타)의 대결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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