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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폴란드로 간 아이들’ 추상미, 연기력 비례한 연출력

■편파적인 한줄평 : 담백한 화법, 깊은 여운.

실화의 울림은 강하다. 특히 스크린에 그 이야기가 담백하게 담길 땐 그 힘은 더욱 세진다. 배우 추상미가 산후우울증을 고백하며 소소하게 시작한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감독 추상미) 역시 그렇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북한 전쟁 고아 1500명과 현재의 탈북민의 사연을 교차하며 시대, 이념을 넘을 수 있는 건 사람의 ‘사랑’이란 메시지를 여운 깊게 전달한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공식포스터. 사진제공 케넥트픽쳐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한국 전쟁 중 발생한 북한 고아 1500명이 폴란드로 보내졌다는 얘기를 우연히 접한 추상미가 2014년 탈북한 배우지망생 이송과 함께 직접 폴란드로 찾아가 그 흔적을 살펴보는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추상미가 화자로도 나서 상처와 치유, 인류애에 대한 화두를 잔잔하게 던진다.

이 작품엔 감독에 도전한 추상미의 섬세한 연출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무엇보다도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플어낸 저력에 눈길이 간다.

추 감독은 70여년 전 낯선 타국으로 건너간 북한 고아들의 발자취를 되짚으면서도, 타국 같은 자국에서 생활하는 지금의 탈북 젊은이들과 교집합을 찾아내며 역사·사회적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무뎌진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당시 북한 고아들을 돌보던 폴란드 양육원 선생들을 직접 만나고 역사 현장을 꼼꼼히 챙긴 추 감독의 노력이 필름 곳곳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또 하나, 탈북민 이송의 시선도 공감대 형성에 큰 몫을 해낸다. 1951년 폴란드로 보내진 전쟁 고아들의 사연이 보는 이에겐 아득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추 감독은 이송을 기용해 그 간극을 좁힌다. 이송이 오래전 자국 고아들의 기록을 마주하면서 짓는 표정, 눈빛 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보면 굶주림, 죽음에 대한 극한의 공포를 겪지 못한 대다수 관객들마저도 당시 역사에 희생당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더불어 가족과 생이별한 탈북 청년들의 ‘지금’을 고민하게도 된다.

배우로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추상미는 이처럼 감독으로서도 안정된 연출력을 입증하며 새로운 ‘스토리텔러’의 탄생을 알렸다. 아쉬운 점은 너무나도 익숙한 추상미의 얼굴이 등장하면서 다큐멘터리 특유의 날 것 같은 느낌이 반감된다는 것이다. 이 장르의 팬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다소 어색해할 수 있다. 오는 31일 개봉.

■고구마지수 : 1개

■수면제지수 : 2개

■흥행참패지수 :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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