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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끝에 두산 잡으려면, 미쳐라 ‘그때 두산처럼’

지난 5월23일 대전 한화-두산전 뒤 하이파이브 하는 한화 선수들. 연합뉴스

2018시즌 KBO리그에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란 말이 벌써부터 돌기 시작한 것은, 올시즌 두산의 압도적인 레이스 때문만은 아니다.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1989년 이후 지난해까지(1999·2000년 양대리그 제외) 열린 27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우승 팀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정상에 오른 건 23차례나 된다. 역대 사례로 85.2%에 이르렀다.

2000년대 이후로는 2001년과 2015년의 두산만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올시즌 포스트시즌에 참가한 팀이 꾸는 꿈의 크기는 각기 다르지만, 누구라도 우승까지 노리는 마음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두산을 제외한 2위 이하팀들 모두 나름의 시나리오를 써볼 수 있다.

좋은 ‘참고서’가 있다. 얄궂지만, 지금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두산을 잡으려면 두산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산은 2001년과 2015년 모두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다. 두번 모두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기적의 우승을 완성했다.

두번의 가을야구 공통점은 ‘미친 선수’가 나왔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2001년은 타선이 미쳤고, 2015년은 ‘미친 에이스’가 나왔다.

최근 시즌은 2015년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4경기, 플레이오프 5경기를 펼쳤다. 적잖은 체력 소모에도 한국시리즈 삼성전에서 4승1패로 역전 우승한 것은 극강 모드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기둥이 돼준 덕분이었다. 니퍼트는 그해 포스트시즌에 5경기에 등판, 32.1이닝을 던지며 2점만을 내주며 3승을 따냈다. 또 좌완 장원준이 4경기 26.2이닝을 던지며 5실점만 하며 3승을 또 거뒀다. 두 투수는 한국시리즈에 이르도록 페이스가 흔들리지 않았다. 나올 때마다 긴 이닝을 버텨준 덕분에 경기수에 비해 불펜소모를 줄이며 베스트 전력에 가까운 힘으로 장기전을 치를 수 있었다.

2001년은 조금 다른 경우다. 두산은 그해 한국시리즈 삼성전에서 극단적인 타고투저의 시리즈로 만들어 흐름을 가져왔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까지 6경기만 치러 비교적 체력 세이브를 하고 접어든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4-7로 내준 뒤 2~4차전에서 각각 9점, 11점, 18점씩을 내며 승기를 가져왔다.

사실, 단기전에서 선착팀이 유리한 것은 투수들의 스태미너 싸움에서 우선 이점이 있기 때문이지만, 두산은 그해 한국시리즈를 투수력이 무색한 시리즈로 만들며 뒤집기 우승에 성공했다.

두산에선 타이론 우즈와 김동주 등이 지킨 상위타선이 활발했지만, 그보다는 이른바 안성기 타선(안경현, 홍성흔, 홍원기)으로 불린 하위 타순에서 불을 뿜으며 전체 라인업에 힘이 붙었다. 안경현의 경우,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6타수 9안타 1홈런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가 되기도 했다.

2위 SK와 3위 한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친 팀까지 어떤 레이스로 가을야구를 마칠지 아직 모르다. 그러나 올해 두산을 잡으려면 그때의 두산을 닮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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