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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를 뒤흔든 이정후 활약상, 첫 가을야구에서도 주인공으로

‘초짜’의 어색함이나 긴장감을 어디에서도 읽을 수 없었다. 2년차 외야수 이정후(넥센)가 가을야구에서도 강렬한 임팩트로 등장했다.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끝난 2018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도 이정후를 주인공으로 한 무대였다. 중계진들은 “포스트시즌을 처음 경험한 선수같지 않다. 10년 차 베테랑같다”고 칭찬했다. 선발 좌익수 겸 1번 타자로 출전한 이정후는 5-5 동점을 허용한 7회초 무사 1루에서 최형우의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잡는 결정적인 호수비를 펼쳤다. 이정후는 중견수와 동시에 공을 향해 쇄도하는 상황에서 슬라이딩한 상태로 공을 캐치, 탄성을 자아냈다. 당연히 안타로 생각하고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나지완까지 더블아웃시키며 KIA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정후는 8회 대타 유민상의 타구도 파울 지역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16일 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KIA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넥센 이정후 등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고척 | 연합뉴스

티는 나지 않았지만 평소 긴장을 잘 하지 않는다던 이정후도 긴장했던 첫 포스트시즌 경험이었다. 이정후는 “5회 그 공(최형우 타구)을 잡으면서 긴장이 풀렸다. 대표팀 때도, 신인 첫 타석에서도 안 떨었는데 오늘은 처음 떨었다”며 “시즌 때와는 다르게 이겼을 때 오는 쾌감이 다르다”고 했다.

호수비 이후 타격도 살아났다. 첫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이정후는 0-2로 뒤진 5회말 무사 만루에서 희생플라이로 팀의 첫 타점을 올렸다. 그리고 7회에는 선두타자 우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서건창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결승득점을 올렸다. 8회에도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해 득점을 추가했다. 4타수1안타 1타점 2득점이라는 성적보다 더 빛나는 활약이었다.

이정후는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화려하게 KBO리그에 등장했다.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2푼4리, 179안타(2홈런) 47타점 111득점 12도루로 주요 신인기록을 갈아치우며 신인왕에 뽑혔다. ‘바람의 아들’이라 불렸던 ‘레전드’ 이종범의 아들로 먼저 알려졌지만 이제는 이정후라는 이름값만으로도 묵직하다. 올해는 세 차례나 부상에 발목을 잡히고도 타율 3할5푼5리, 163안타(6홈런) 57타점 81득점 11도루로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리그 정상급 톱타자로 인정받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아버지를 뛰어넘을지 궁금하다. 이종범은 해태에서 데뷔한 1993시즌 도루 타이틀(73개) 포함 타율 2할8푼, 133안타(16홈런) 85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같은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29타수9안타에 4타점, 7개의 도루까지 성공시켜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이종범은 신인왕을 놓쳤지만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한국시리즈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 그러나 이정후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오는 19일 시작하는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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