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에서 골키퍼는 정해진 주전이 없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조현우(27·대구)로 굳어지는 듯 했던 주전 경쟁이 김승규(28·빗셀 고베)와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까지 뛰어든 예측 불허의 구도로 바뀌었다.
조현우는 지난 16일 파나마전에 선발 출전해 90분을 소화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부상으로 9월 소집에서 중도 하차했던 그는 벤투호 데뷔전이었던 이날 두 차례 실점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한국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세트피스 수비와 실책 등 집중력 난조가 겹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실패했다. 조현우는 “경기가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는 법”이라며 “오랜만에 국가대표로 경기를 뛰니 몸이 무거웠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조현우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거꾸로 다른 골키퍼들의 활약이 돋보이게 됐다. 김승규는 지난달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2-0 승)에서 무실점 선방쇼를 선보인 뒤 12일 우루과이전에서도 선발 출전해 2-1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진현 역시 지난달 칠레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다소 아쉬움은 남겼지만 특유의 선방 능력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래 치른 4번의 A매치만 따진다면 세 선수 중에 누가 주전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다만 골키퍼 주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은 분명하다. 빌드업(후방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작업)이다. 흔히 골키퍼의 덕목으로 감각적인 선방을 꼽는 것과 달리 벤투 감독은 누가 더 뛰어난 발로 공격을 풀어가느냐를 중시한다. 아쉽게도 세 선수 모두 이 부분에서 합격점을 받지는 못했다. 오는 11월 호주 원정까지 소속팀에서 이 부분을 가다듬어야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대회 주전 수문장으로 낙점받을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골키퍼 포지션은 선수들의 능력도 좋고 경쟁도 치열하다”며 “이런 부분이 팀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