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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 세대교체 바람이 분다…박정환 1위 흔들

신진서 9단(왼쪽)과 이세돌 9단이 올시즌 KB바둑리그 마지막 승부를 벌인 후 복기를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신9단은 펄펄 날고 있는 반면 이9단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신진서, 세계 1위가 보인다.’

박정환 9단이 59개월 연속 국내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9월 한 달 동안 8승3패를 올린 그는 랭킹점수를 5점 잃었지만 1만24점으로 여전히 1위다. 아울러 9월 한 달 동안 830여만원의 상금을 보태 연간상금 10억8500만원으로 상금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차이로 1위(2위는 김지석 9단으로 약 4억원)를 내달리고 있다.

하지만 박9단의 1위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미래 권력’으로 평가되던 신진서 9단이 턱밑까지 쫓아왔기 때문이다. 신9단은 9월 한 달 동안 천부배 4강 진출과 중국 갑조리그 3승 등 10승1패를 올리며 랭킹점수 55점을 얻어 9983점을 기록했다. 박정환 9단과는 41점 차. 만약 천부배 본선 B조 순위결정전에서 박9단에게 승리했다면 이미 국내랭킹 1위 자리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박9단의 추락(?)에는 중국 갑조리그에서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갑조리그에서 절대강자로 평가받던 박9단이 올해 들어서는 최근 4연패를 포함해 2승7패로 극히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반면 신9단은 갑조리그에서 1패 후 10연승을 내달리는 등 초강세다.

이로 인해 세계랭킹에서는 이미 신9단이 박9단을 넘어섰다는 지표도 나온다. 21일 현재 ‘고레이팅(https://www.goratings.org/en/)’에서는 신9단이 박9단을 추월한 것.

물론 ‘고레이팅’이 공식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대국 결과를 엘로(ELO) 포인트로 매일매일 산정하는 바둑계의 유일한 세계랭킹으로, 한·중·일 프로기사들의 최근 활약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엘로 레이팅은 기준 점수를 정하고, 이를 ‘1-점수차에 따른 예상 승률’과 곱해 산출하며, 게임마다 점수 증감이 결정된다. FIFA(국제축구연맹)이 도입을 검토할 정도로 신뢰성이 높다.

이에 따르면 신9단의 랭킹점수는 현재 3650점으로 3641점인 박9단을 9점차로 따돌렸다. 신9단이 최근 한·중·일·대만 신예들이 참가한 오카게배에서 20명의 출전기사 중 유일하게 4전 전승을 올리며 한국팀 우승을 견인하는 등 상승세를 탄 결과다.

신9단은 최근 7연승을 포함해 30경기에서 28승2패로 93%를 웃도는 승률을 기록 중이다. 중국기사를 상대로는 6월 이후 18승1패를 거두고 있다. 가히 패배를 모른다고 할 만하다.

이런 가운데 랭킹점수에 반영되지 않은 10월 전적에서 현재 박9단은 1승2패를 기록한 반면 신9단은 8승1패를 올렸다. 9월 성적으로 박9단이 5점을 잃고 신9단이 55점을 얻은 점을 감안하면 11월 랭킹에서는 둘의 자리가 바뀔 공산이 크다.

박9단이 1위 자리를 지킬 여지는 남아 있다. 23일 나란히 치르는 KBS 바둑왕전 16강전에서 박9단이 류수항 5단을 꺾는 반면 신9단이 박민규 6단에게 패한다면 신9단이 점수를 많이 잃게 돼 역전이 쉽지 않다.

한편 현재 세계랭킹 1위는 중국의 젊은 강자 미위팅 9단이 올라 있다. 이달 들어 중국랭킹에서 커제 9단과 더불어 공동 1위를 차지한 미위팅 9단은 21일 현재 3656점으로 2위 신9단보다 6점 앞서 있다. 미위팅 9단은 지난 2013년 제1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에서 우승한 강자로, 중국 내 기전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고레이팅 20위권에 한국은 단 3명(신진서·박정환·김지석) 포함된 반면 중국은 16명이 이름을 올려 최근 세계바둑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20위권의 남은 한 자리는 일본의 1인자 이야마 유타 9단(17위)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최정상권에 있던 이세돌 9단은 34위까지 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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