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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KT→호주까지…이재곤의 야구인생은 계속된다

이재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야구를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재곤(30)을 호주까지 이끌었다.

이재곤은 호주프로야구리그에 제 7구단으로 합류하는 질롱코리아의 25인 엔트리에 합류했다. 질롱코리아는 호주 빅토리아주의 질롱을 연고로 구대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팀이다. KBO리그에서 경력이 단절된 선수들이나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이 팀에서 야구 인생을 이어간다. 이재곤도 기회를 얻게 된 선수 중 하나다.

벌써 세번째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07년 롯데 1차 지명으로 프로 무대를 밟은 이재곤은 ‘유망주’ 꼬리를 떼어내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홀로 몸을 만들어가던 이재곤은 KT와 인연이 닿았고 테스트를 통해 입단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퓨처스리그에만 머물면서 14경기 48.2이닝 48실점(46자책) 1승 4패 평균자책점 8.51을 기록했다. 결국 10월 초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은 이재곤은 야구를 계속 하기 위한 방법을 수소문했다. 그러다 호주리그에 대한 소식을 접했고 지난 22일부터 춘천에서 합숙 생활을 하면서 테스트를 받아 26일 최종 합격을 받았다.

이재곤은 3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야구를 너무 하고 싶어서 방법을 찾다보니까 이런 기회가 생기더라”며 “유니폼을 입고 던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대성 감독과는 떨리는 마음으로 마주했다. 이재곤은 “프로야구의 ‘레전드’이지 않나. 막상 만나니 감독님이 시원시원하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더라”고 했다. 구 감독은 이재곤에게 “호주에서는 공을 더 많이 던질 수 있게 해야한다”라던가 “허리 회전이 조금 느리니 빠르게 연습을 해보라”는 조언을 아낌없이 해줬다. 함께 뛰게 될 김진우와도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이재곤은 “진우 형이 ‘가서 잘 해보자’라고 말씀하시더라”고 했다.

임경완 롯데 코치 등 호주 리그를 이미 경험을 해 본 사람들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재곤은 “날씨도 좋고 야구 수준도 그렇게 낮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을 이재곤이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자신을 지지해준 아내 덕분이다. 이재곤은 지난해 롯데에 방출 통보를 받은 뒤 한 달 뒤인 12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재곤은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이다. 나중에 미련 남아서 ‘더 해볼걸’이라는 생각하기보다는 할 수 있을 때 좀 더 노력을 해보라고 했다. 힘이 많이 됐다”고 했다.

비록 KT에서 오래 뛰지 못했지만 이재곤은 자신의 두번째 팀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롯데에서 나와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또 유니폼을 입게 해 준 팀이 KT였다. 거기에서 새로운 것도 많이 배웠으니 나에게는 값진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재곤의 최종 목표는 다시 한국 무대로 돌아와 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호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호주리그는 11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진다. 31일 출국하는 이재곤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재곤은 “가서 팀원들과 호흡 맞추고 나면 바로 개막이다. 실전 무대가 시작 되는 것”이라며 “열정이 있으니까 모든걸 쏟아부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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