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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한가위 송편이 되돌려 준 자전거 3대

“센터장님, 내일 저희 가게에 좀 들러 주세요, 꼭요.”

일요일 오후, 생각지도 않은 마을 주민의 전화를 받았다. 주민께서는 센터 가까운 곳에서 자전거 판매·수리를 하는 가게의 사장님이셨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감을 들고 가게를 찾아갔다.

“아휴, 아이들 주지 뭐 하러 가져오셨어요?”

그냥 가져가라고 손사래 치는 사장님의 모습이 따뜻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한가위 송편을 받고 보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우리 가게 자전거를 수리해서 주면 탈 아이들이 있을까요?”

“그럼요. 아주 많죠.”

버려진 중고 자전거를 수리하면 쓸 만한 자전거가 많다며 앞으로 센터에 계속 후원을 하겠다고 약속하셨다. 오늘은 세 대를 고쳐 놓았으니 가져가라고 했다. 큰 것 두 대, 작은 것 한 대다. 따뜻한 차까지 직접 타 주셔서 얻어 마시고 직원들과 같이 자전거를 갖고 돌아왔다.

센터로 가져오자마자 학부모님 단체 채팅방에 올려 필요한 분들에게 신청을 받았다.

<따숨알림>

“한가위 송편 나눔으로 동네 자전거 가게에서 자전거 세 대를 후원해 주셨어요. 필요하신 학부모님들께서는 신청해 주시고요. 앞으로도 계속 후원해 주시기로 하셨어요.”

“똘똘 아빠, 조용히 신청해 봅니다.”

“전에 인영이가 타던 자전거가 작아서 저도 신청할게요.”

“저도 신청해도 될까요?”

이 밖에도 재미있는 표정이나 그림으로 축하해 주는 부모님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자전거 세 대는 순식간에 나눠졌다.

송편 나눔을 한 뒤 마을 온도가 올라가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센터 주변 옷가게에서는 아이들이 입을 옷을, 1층 식당에서는 고구마 한 상자를, 또 다른 식당도 멜론 한 상자를 가져다 주셨다. 야채청과 상회에서는 때때로 새참거리로 과일을 가져다 주시는 것은 물론 정기후원자로 등록도 해주셨다.

이렇게 보답이 돌아올 것을 바라고 시작한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마을 아이들을 위한 주민들의 따뜻한 시선과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송천동 마을 신문에 달마다 쓰는 내 글을 통해 지역아동센터가 어떤 곳인지도 알려지고 있다. 그런 덕에 주민들이 센터를 찾는 발걸음도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다.

센터 1층에 아이들이 타고 온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그것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차 조심해서 잘 타고 다녀.”

아이들을 향한 나의 잔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받는 아이들. 지금 전주 송천1동은 빨갛게 익어가는 가을 열매처럼 아이들과 주민들의 사이가 정으로 붉게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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