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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콘썰리뷰] 세븐틴 콘서트 ‘아이디얼 컷’, 예상치 못한 악재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순간’

가수는 누군가에게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존재한다. 혼자 즐길 목적이라면 굳이 무대에 설 필요가 없다. 이런 이유로, 콘서트는 가수가 존재하는 모든 이유의 집약체다. 그곳에는 무대가 있고, 가수를 사랑하는 팬들이 있으며 가수의 춤과 노래가 있다. 단 한 곡을 3분여 들려주고 끝나는 무대가 아니라 두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흥과 열정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다.

이러한 콘서트를 능수능란하게 잘 하는 일은 가수의 능력을 가늠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실력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공연형 가수가 되는 건 아니다. 많은 공연을 해야 한다. 공연을 열기 위해선 팬들의 지지는 필수다. 이렇게 공연으로 스스로를 다진 가수에게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은 결국 나중에 웃으며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그룹 세븐틴이 2018년 콘서트 <아이디얼 컷(IDEAL CUT)>을 마무리했다. 공연은 중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세븐틴이 얼마나 무대에 오르는 일에 요령이 생겼는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룹 세븐틴이 지난 3일과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돔)에서 2018년 콘서트 ‘아이디얼 컷 더 파이널 신(IDEAL CUT THE FINAL SCENE)’을 열었다. 세븐틴이 콘서트 중 열창하고 있다. 사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아이디얼 컷>은 세븐틴의 올해 콘서트 콘셉트로 서울을 시작으로 홍콩, 일본 사이타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필리핀 마닐라, 대만 타이베이까지 8개 도시에서 16회 공연을 이어갔다. 세븐틴과 팬덤 ‘캐럿(Carat)’의 상징과도 같은 다이아몬드에서 착안해 다이아몬드 원석을 ‘이상적으로 잘라내는 일’을 뜻하는 ‘아이디얼 컷’을 이용했다. 이 단어는 다른 말로 하면 ‘이상적인 순간’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투어의 4개월 여정을 마친 이들은 데뷔 후 처음으로 1만2500석 규모의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돔)에 입성해 이틀 동안 2만5000 관객을 채웠다.

공연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두 번째 정규앨범 <틴.에이지(TEEN,AGE)>의 수록곡 ‘신세계’로 포문을 연 공연은 ‘하이라이트(HIGHLIGHT)’ ‘고맙다’ 등의 히트곡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멤버 우지, 호시의 듀엣곡 ‘날 쏘고 가라’와 에스쿱스, 정한, 원우, 디에잇, 승관, 디노의 노래 ‘플라워(Flower)’ 등이 이어졌다. 초반은 강렬한 힙합곡부터 부드러운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까지 세븐틴의 음악적인 폭을 느끼게 하는 선곡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엄지척’ 공연이 끝난 후 멘트를 하던 중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이날 거의 콘서트의 MC 역할을 했던 승관이 멤버 호시의 상황을 언급하며 “습관성 탈골 때문에 현재 무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공지한 것이다. 그 다음무대는 세븐틴 13인의 무대도 있지만 세븐틴의 ‘퍼포먼스 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호시의 자리가 꼭 필요한 무대들이었다. 세븐틴은 보컬, 힙합, 퍼포먼스의 세 유닛으로도 구분된다. 결국 세븐틴은 급하게 예정된 한 단락을 뒤로 미루고 힙합 팀의 노래 ‘언행일치’부터 공연을 재개했다.

갑작스러운 상황, 멤버들은 분명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위기상황을 타개하는 세븐틴의 모습이 궁금해 공연을 보는 몰입도는 높아졌다. 멤버들은 초반에는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지만 이내 다양한 농담으로 팬들을 안심시키기 시작했다. 특히나 MBC <뜻밖의 Q> 등으로 예능의 경험을 쌓고 있는 승관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또한 다른 멤버들은 조슈아, 준, 원우, 우지 등 비교적 과묵한 멤버들의 멘트 기회를 주거나 장기를 발휘하게 해주면서 분량에도 신경썼다.

그룹 세븐틴이 지난 3일과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돔)에서 2018년 콘서트 ‘아이디얼 컷 더 파이널 신(IDEAL CUT THE FINAL SCENE)’을 열었다. 세븐틴이 콘서트 중 열창하고 있다. 사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힙합 팀의 미발표곡이었던 ‘숙여’가 끝난 후 멤버들은 다시 예상치 않았던 타이밍에 모였다. 승관이 먼저 “어제 오신 분들이 본 공연과 같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운을 띄웠고, 디에잇이 상황극을 끌어내며 호시를 다시 무대로 소환했다. 한참 그의 부재를 가슴 졸이며 봤을 관객들에게 호시는 “집에 잠시 다녀와서 보일러를 끄고 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 몸상태를 조절하며 퍼포먼스를 이끌었음은 물론이다. 지난 6월 공연 중 다리 부상을 당했던 멤버 버논은 부상선배(?)로서 “도가니탕을 많이 끓여 먹으라”며 충고를 해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갑자기 큐시트가 바뀌고 예상하지 못했던 무대를 해야 했지만 위기상황에서 팬들을 안심시킨 멤버들의 내공이 빛나는 무대였다. 이후 멤버들은 이러한 상황을 솔직하게 공개하며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공연은 다시 처음엔 빠졌던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 ‘뷰티풀(BEAUTIFUL)’ ‘체인지 업(Change Up)’ 등의 무대가 이어지며 종반을 향해 달렸다.

이렇게 요령은 늘어난 세븐틴이었지만 감사를 표현할 때는 여린 청춘의 모습 그대로였다. 멤버 도겸이 멤버들과 함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하며 눈시울을 붉히자 눈물 바이러스는 승관과 총괄리더 에스쿱스 그리고 래퍼 민규에까지 전염됐다. 비록 13명의 모든 소감을 듣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모두 성인이 된 멤버들이 무대에 선 소감과 자신의 꿈 그리고 앞으로의 선연한 각오를 진심을 다해 밝히는 모습은 팬들이 들고 있는 “우리의 청춘, 세븐틴”이라는 플래카드의 의미가 겹쳐 보였다.

공연의 외적인 부분은 아이돌 가수 중 정상급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13명이 그리는 군무의 조직력과 박진감은 물론이고 변화무쌍한 유닛과 솔로 무대 그리고 직접 노래와 안무를 만들어가는 팀으로서 콘셉트를 이해하는 수준도 높았다. 그리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워진 체조경기장은 한층 사운드의 위력이 배가돼 가만 앉아있으면 영화관 4D체험을 하듯 의자가 부르르 떨리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그룹 세븐틴이 지난 3일과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돔)에서 2018년 콘서트 ‘아이디얼 컷 더 파이널 신(IDEAL CUT THE FINAL SCENE)’을 열었다. 세븐틴이 콘서트 중 열창하고 있다. 사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세븐틴의 콘서트에서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조직력과 끈끈함이었다. 누구 하나가 튀어나와 팀을 이끌지 않고, 비록 예상치 못한 순간 멤버 하나가 빠지더라도 나머지가 이를 부드럽고 견고하게 메워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조직력은 마지막 그들이 눈물로 고백했듯 노래와 춤, 무대, 팬들이라는 끈끈한 ‘아교(阿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상치 못했던 악재가 오히려 이상적인 순간, ‘아이디얼 컷(IDEAL CUT)’을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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