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동열 사퇴 결심하게 만든 정운찬 총재의 ‘전임감독제 부정’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직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이 전격적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선 감독은 1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을 찾아 정운찬 한국야구원회(KBO) 총재에게 감독직 사임 의사를 전하고 곧바로 기자회견장에 나와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선 감독은 이날 오후 2시 정 총재를 만나기 약 50분 전 측근을 통해 KBO 출입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오후 2시30분 긴급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알렸다. 총재실을 찾기 약 10분 전에는 사퇴 결심 배경을 담은 장문의 글을 기자단에 미리 보내 혹여 사임 의사를 전하는 자리에 설득 당할 여지조차 두지 않았다.

선 감독은 마이크 앞에 섰지만 1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짧은 인사만 하고 자리를 급히 떴다. “조금 전 총재님을 만나 사퇴 의사를 전했다”며 “기자회견문으로 내 생각을 대신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선 감독은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일부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한 선수 선발을 했다는 비난 속에 애타는 시간을 보냈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문에서도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 수도 없었다”며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때 결심했고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퇴 결심의 결정적 배경은, 국정감사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선 감독의 한 측근 인사는 “선 감독이 많이 힘들어했지만, 도쿄 올림픽까지 책임지고 소임을 다하려했는데 국정감사에서 ‘전임감독제’를 부정하는 발언을 듣고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지난 10월1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로 나선 뒤 온갖 수모를 당한 터였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문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그 우승(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또한 사퇴 결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10월23일 정운찬 KBO 총재가 그와 관련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섰던 장면을 거론했다. 선 감독은 “불행히도 KBO 총재께서도 국정감사에 출석해야만 했다.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 비로소 알게 되었다”며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정치권 일각 ‘스타 선수가 명장이 되란 법이 없다’는 지적, 늘 명심하도록 하도록 하겠다”라고 썼다.

KBO는 당혹스러움을 갖추지 못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정운찬 총장이 선 감독의 사퇴를 20여분간 만류한 사실을 전하며 “너무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아무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