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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왼손 에이스’ 김광현-양현종, 내년엔 진검승부가 기다린다

SK가 올해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을 때 마운드에는 에이스 김광현(30)이 올라 있었다. 불펜이 불안했던 데다 연장 13회 접전에 믿을만한 불펜투수를 모두 소진한 SK는 우승 확정에 필요한 1이닝을 에이스에게 맡겼다.

마지막 타자를 아웃시키고 마운드에서 포효하는 모습이 지난해 KIA의 양현종(30)과 닮았다. 양현종 역시 지난해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된 두산과의 5차전 9회말 마운드에 올라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역시 타선과 선발에 비해 두텁지 못한 불펜 사정 탓에 KIA는 양현종을 마무리로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고, 1사 만루의 역전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결국 양현종이 우승을 확정한 투수가 됐다. 1988년생 동갑내기 두 좌완 에이스가 1년을 사이에 두고 비슷한 모습을 연출했다. 공교롭게 두산을 상대로, 잠실구장 마운드에서 기쁨을 나눴다는 점도 같았다.

KIA 양현종(왼쪽)과 SK 김광현. 연합뉴스

시즌이 막 끝났지만, 다가올 시즌에 두 선수가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김광현의 팔꿈치 수술 여파로 두 시즌 동안 진검승부는 없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아 한 시즌을 쉰 뒤, 올 시즌에는 개막 전부터 구단이 밝힌 투구 이닝 제한 방침에 따라 시즌 중간 휴식기를 가졌다.

양현종은 지난해 생애 첫 20승(6패)을 거두고 팀의 통합 우승까지 이끌며 선수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올해도 13승(11패)을 거둬 변함없이 팀의 에이스로 역할을 다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차출돼 결승전에 등판해 한국의 금메달에 큰 힘을 보탰다. KIA가 극적으로 5위에 올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을 때도 선발 등판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소속팀 SK는 우승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지만, 김광현은 국내 최고의 좌완 에이스 자리에 다시금 도전하는 입장에 놓였다. 김광현은 올해 11승(8패)을 거두며 2점대 평균자책점(2.98)을 기록했지만 규정이닝(144이닝)에 못 미친 136이닝을 던졌다. 구단이 시즌 전 밝힌 제한 이닝(110이닝)을 훌쩍 넘기긴 했지만, 아시안게임 기간 같은 시즌 도중 휴식이 없는 다음 시즌에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양현종도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해야 한다. 올해 5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며 꾸준함을 증명했지만 시즌 막판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며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포스트시즌에도 나섰지만, 지난 3월말 시즌 시작부터 아시안게임을 지나 막판에 이르기까지 쉼없이 올 한 해를 보낸 만큼 겨우내 몸을 추슬러 예년의 구위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장원준, 유희관(이상 두산) 등 수년간 꾸준한 모습을 보이던 선발투수들이 올해 갑작스레 난조를 보였는데, 양현종은 이런 선례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은 채 오프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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