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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단장→감독…기대 속 부담, 양상문·염경엽의 새 출발

롯데 양상문 감독과 SK 염경엽 감독

KBO리그에 단장 출신 감독 2명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양상문(57) 롯데 감독과 염경엽(50) SK 감독이 KBO리그 새로운 도전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양상문 감독이 지난달 롯데 사령탑으로 선임된 데 이어 염경엽 감독도 지난 15일 공식 취임했다. 두 신임 감독은 올해 각각 LG와 SK 단장으로서 ‘감독 출신 단장’ 바람을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이번 시즌 NC가 김경문 감독 사퇴 이후 유영준 단장을 감독대행으로 세우기는 했으나 KBO리그에서 단장이 감독으로 공식 취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감독에서 단장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감독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경력이다.

두 감독의 경우, 이전에 사령탑에서 단장으로 변신한 것 자체가 야구계에서는 충격에 가까운 파격이었다.

염경엽 감독이 먼저였다. 2016년까지 4년간 넥센을 지휘한 염경엽 감독은 그해 준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시즌을 마치면서 사퇴를 발표했고 2017년 시작과 함께 SK로 이동했다. 소문이 파다했던 SK 감독이 아닌 단장으로 취임해 깜짝 뉴스를 내놨다. 양상문 감독도 비슷하다. 지난해까지 약 4년 동안 LG를 지휘한 양상문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지휘봉을 내려왔다. 그러나 LG를 떠나지 않고 단장으로 변신해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다.

이번에는 단장에서 다시 감독으로 변신한다. 염 감독은 2년, 양 감독은 1년 동안 단장직을 경험한 뒤 현장으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 경험을 쌓은 뒤 단장으로 변신해 구단 운영까지 체험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선수단을 이끄는 두 감독은 내년 시즌 가장 주목받을 사령탑이다.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기대치가 높은 반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

양상문 감독은 당장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끌어야 한다. 2012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하던 롯데는 2016년 조원우 감독을 영입한 뒤 지난해 후반기의 기적으로 정규시즌 3위를 하고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조원우 감독과 3년 재계약 했으나 올해 7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자 곧바로 사령탑을 교체했다. 롯데는 결과에 매우 예민한 팀이다. 롯데 11대 사령탑이었던 양상문 감독이 2005년 시즌을 마치고 물러난 지 13년 만에 다시 복귀하며 18대 사령탑이 됐다. 13년 동안 감독이 7차례 교체된 팀이다. 양상문 감독은 과거 사령탑을 지냈던 팀으로 돌아간 데다 그 사이 역시 인기구단인 LG 감독과 단장을 모두 경험했다. 풍부한 경험을 더한 양상문 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지난해 LG 사령탑 시절과는 어떻게 달라진 리더십을 선보일 것인지 시선을 모은다.

염경엽 감독은 더 부담스럽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2012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SK가 무려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상태에서 새 지휘봉을 잡았다. 염 감독은 과거 LG에서도 프런트 업무를 거친 바 있다. 어느 감독보다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단장 2년차에 감독 출신 단장으로서는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우승을 이끌어본 적은 없다. 당분간 SK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서 지워지기 어려운 트레이 힐만 감독의 향기를 극복하는 것도 관건이다.

두 감독 이전에 감독에서 프런트를 거쳐 다시 감독으로 복귀한 인물은 한 명 있었다. 해태와 삼성에서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삼성 구단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한화 사령탑으로 복귀한 김응용 감독이 유일하다. 그러나 대표이사로서 선수단과 멀리 떨어져 있었고 8년간 현장 공백이 있었던 김응용 감독과 달리 양상문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항상 현장을 지키는 단장직을 경험했고 그 기간이 길지 않아 사실상 현장 공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두 감독이 단장으로 변신할 때 KBO리그에는 ‘야구인 출신 단장’ 유행이 일어났다.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을 쌓은 채 감독으로 돌아가 다시 1승과 1패 사이에서 매일 싸움을 벌이게 된 두 감독의 행보에 따라 KBO리그에 또 한 번 새로운 바람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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