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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증명한 벤투호 ‘지배축구’

호주 원정을 마치고 귀항한 벤투호는 훈풍에 휩싸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49)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A매치인 지난 20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4-0으로 대승해 6경기 무패(3승3무)로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부임한 벤투 감독은 “한국축구를 한 단계 더 나은 수준으로 이끌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하나 둘 지켜가고 있다. 새로운 사령탑이 부임하면 선수들이 각성한다는 ‘새 감독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벤투호의 변화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부임 3개월 만에 자신의 축구를 녹여냈다.

벤투 감독은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 횟수를 늘리는 ‘지배 축구’를 추구한다. A매치 기간만 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는 대표팀 특성상 훈련 시간이 많지 않지만 분 단위로 쪼갤 정도로 세밀한 부분에 공을 들여 선수들에게 자신의 축구 철학을 전파했다. 또 교체로 투입되는 선수에게는 명확한 지시를 내려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기성용(29·뉴캐슬)이 “볼을 소유할 때나 공격할 때 모두 세밀한 부분까지 주문하신다”고 놀라움을 내비칠 정도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성과는 기록에 모두 드러나 있다. 벤투 감독이 지휘한 A매치 6경기 기록을 살펴보면 볼 점유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경기는 남미 강호 칠레전(39.4%) 한 경기뿐이다. 나머지 경기에선 대부분 60% 안팎의 볼 점유율로 상대를 압도했다. 벤투 감독이 상대한 팀들이 아시아 국가가 아닌 칠레와 우루과이(55.2%), 코스타리카(67.6%) 등 남미와 북중미까지 세계적인 수준이었기에 더욱 놀랍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벤투호가 세밀한 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축구의 고질적 약점인 수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 6경기에서 단 4실점. 무실점 경기(코스타리카 2-0 승·칠레 0-0 무·우즈베키스탄 4-0 승)도 3경기나 된다. 눈앞의 성적이 아닌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겨냥해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는 것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가능성을 입증한 황인범(22·대전)과 나상호(22·광주), 김민재(22·전북), 이진현(21·포항), 김정민(19·리퍼링) 등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특히 황인범은 주요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성장했다.

다만 벤투호가 상대 수준에 관계없이 무너지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는 점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을 앞두고 보완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상대적으로 약체인 파나마에 2-0으로 앞서다가 2-2로 쫓긴 경기가 대표적이다. 또 17일 호주전에선 거꾸로 상대에게 지배당하는 축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축구는 상대적이라 항상 잘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그래도 호주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경기 운영을 점 더 매끄럽게 풀어가야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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