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베테랑 손놓은 한화·삼성vs손잡은 LG·두산의 ‘선택 2019’

두산 배영수. 두산 베어스 제공

프로야구 두산이 베테랑 투수를 전격 영입한 것이 하루 이틀 고민 끝의 결정은 아니었다. 두산은 지난 10월말 한국시리즈 앞둔 상황에서도 다른 팀 보류선수에서 제외된 베테랑 투수 영입을 검토했다. 정규시즌 압도적인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지만, 투수력 만큼은 여력을 계속 만들어놔야 한다는 점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두산 마운드는 2018시즌 팀 평균자책점 3위(4.98)로 선전했다. 그러나 좌완 마무리로 거듭난 함덕주와 2년차 사이드암 셋업맨 박치국의 성장, 우완 신인 곽빈의 시즌 초반 활약 등 젊은 자원들이 제자리걸음을 했다면 레이스는 완전히 달랐을지 모른다. 또 전면 교체한 외국인투수 둘 모두가 기대치의 100% 이상으로 활약하는 최상이 시나리오가 아니었다면 매우 힘든 시즌이 됐을 지도 모른다.

더구나 두산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우완 셋업맨 김강률이 부상으로 제외돼 투수 자원에 목마름이 다시 생기기도 했다. 이에 이런저런 내부 고민 끝에 선발 뿐 아니라 불펜 자원 등 여러 모로 쓰임새 있어 보이는 베테랑 우완 배영수의 손을 잡았다.

두산에 앞서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옆집’ LG가 삼성에서 나온 좌완 장원삼과 한화를 떠난 심수창을 차례로 영입한 터였다. 차명석 LG 단장은 “투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짧고 명료한 답을 내놨다.

프로야구는 타고투저의 늪에 빠져있다. 어느 구단이든 1군 활용이 가능한 투수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베테랑을 내보내는 구단과 영입하는 구단은 현 상황을 두고 명확한 시각 차이를 보인다.

한화는 지난해 이후 투수 전력뿐 아니라 야수 전력에서도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끌어오는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0월 준플레이오프 넥센전에서 선발투수 부족에 허덕일 때는 ‘배영수 같은 베테랑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이 주위에서 나왔지만 오히려 올해 1군 선발 등판 이력이 없는 좌완 박주홍을 4차전 선발로 투입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한화는 지금의 결정이 미래의 풍부한 투수 자원 형성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삼성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은 30대 초반에 불과한 외야수 배영섭을 보류선수에서 제외하는 과감한 결정을 하기도 했다. 다만 배영섭은 몇 팀이 손짓한 끝에 SK행을 결정하며 삼성의 결정이 이례적이었다는 것을 일단 입증했다.

한화와 삼성은, 이를테면 팀내 입지가 애매한 베테랑들의 존재가 팀내 젊은 선수들 성장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의 방출은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 겨울의 한화·삼성과 LG·두산은 정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누가 옳았는지 당장은 모른다. 토론장의 논리 대결이 아니다. 결과는 내년 시즌 그라운드에서 판가름난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