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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우 정인선 “부담만큼 욕심이 많아진 한 해였다”

배우 정인선에게 2018년은 특별한 한 해였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연이어 MBC <내 뒤에 테리우스>로 주연 자리에 올랐다. 부담도 컸지만 8년 만에 찾아온 기회이기도 했다.

배우 정인선. 사진제공 씨제스엔터

■‘첫 주연’이란 벽 앞에서

정인선이 <내 뒤에 테리우스>의 여주인공, 소지섭의 상대역으로 낙점이 됐을 때 일부에서는 우려의 소리가 나왔다. 스타성이 검증되지 않은 그를 보며 ‘남주에 비해 여주 캐스팅이 다소 약하지 않냐’는 시선이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내 뒤에 테리우스> 두 작품 모두 제 모습을 길게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 부담감이 컸어요. 특히 <내 뒤에 테리우스>는 ‘역할이 가진 매력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많았고 첫 촬영은 체한 상태로 했어요. 늘 가슴이 답답하고 먹은 걸 다시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죠.”

첫 주연의 부담감은 대본 리딩 때부터 시작됐다.

“인삿말로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더니 서이숙 선배님께서 ‘열심히만 하면 안 돼. 잘 해야 해’라고 한 마디 하더라구요. 맞는 말씀이었고 혹여나 민폐가 될까봐 정말 부담이 많이 됐어요. 특히나 극 중에서 우는 장면이 나왔고 울다 지쳐 집에 가도 눈물이 나더라구요. 연기가 너무 어렵고 제 그릇이 너무 작은 걸 알고 있는데 잘 해내고 싶은 욕심 때문인 것 같아 괴로웠어요.”

정인선은 캐스팅 우선순위에 언급될 만큼 흥행성있는 배우로 불리진 않았지만 20대 여배우 중 안정된 발성과 연기력으로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인정을 받아왔던 배우다. <내 뒤에 테리우스>가 첫 방송되고 정인선의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캐릭터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6년차 주부이자 경단녀가 남편의 죽음을 표현해야했어요. 극단적인 상황을 연기하다보니 초반에 많은 사람들이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게 과제였어요. 그 부분을 수행한 것 같아 조금씩 안심을 갖고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첫 리딩에서 부담과 긴장감을 안겨줬던 서이숙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서이숙 선배님은 드라마 초반에는 뵐 일이 없었는데 중반에 만나서 ‘너 너무 웃겨 참 예쁘다’며 꼭 안아줬어요. 소지섭 오빠는 촬영이 끝나고 ‘고맙다’라고 짧게 한 마디 해줬고요. 두 선배님이 칭찬과 격려 말씀을 해줬을 때 비로소 ‘나 잘 끝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더라구요.”

배우 정인선. 사진제공 씨제스엔터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아역 배우를 거쳐 연기를 다시 시작한 지 8년.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가 살아남은 것은 ‘얇고 길게 가자’며 욕심을 억누르는 마인드 컨트롤 덕이다.

“제가 연기를 너무 좋아해서 다시 시작하게되면서 스스로를 다졌어요. ‘얇고 길게 가자’ 인기나 인지도에 억매이지 않고 욕심을 경계해야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8년을 했는데 갑자기 큰 기회가 저한테 오니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구요. 기회를 잡은 스스로에게 놀라고 점점 칭찬받고 싶기도 했고요.”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톱을 유지하면서도 꾸준히 연기 경력을 쌓아온 지섭 오빠의 조언이 필요했어요. 오빠에게 ‘큰 세계에서 열심히 해나가고 싶은 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했더니 ‘타이밍이 온거다’라고 하더라구요. ‘그 타이밍에 맞게 네 생각을 정리하고 바꿔나가면 된다. 네 방식대로 환경을 만들고 자립심을 키워라’고 말했어요. 오빠의 말씀을 들으니 ‘내가 착실히 잘 서있고 연기에 대한 관점을 만들어주면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서더라구요.”

연기 경력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그는 지금도 얼떨떨하다.

“예전과 지금의 저는 많이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계속 제 앞에 과제를 넘으려 혈안이 된 사람이었어요. 스스로에게 너무 매달려있다보니 주변을 보지 못했어요.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하면서 비로소 동료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어요. 그러면서 저도 모르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올해 두 작품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올해는 배우 정인선으로서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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