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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고민사전] 애들아, 우리 손을 잡아! ‘형제프로젝트’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을 지켜보며, 우리 반 남학생 찬석(가명)이 얘기인 것만 같아서 저는 잠이 안 옵니다. 학생의 아빠는 한국사람, 엄마는 필리핀 사람입니다. 찬석이가 3살 때 이혼한 엄마는 식당 일을 하며 힘들게 살았습니다. 찬석는 엄마를 많이 닮아서,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취급을 받을 때, 필리핀 말 해보라고 사람들이 시킬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습니다. 아이들과 다툼이 생겼을 때 몇몇 아이들이 ‘야! 필리핀! 너네 나라로 껴져버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부터 찬석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습니다. 거리의 형들과 어울리면서, 술 취한 사람들의 지갑을 뺏는 ‘아리랑 치기’에 가담하게 되었고, 찬석이가 맡은 역할은 ‘뺏은 물건 가방에 넣고 도망치기’였다는 것입니다. 경찰서에서 만난 찬석이를 잡고 물었습니다.

“저도 정말 하기 싫었어요. 하디만 형들에게서 빠져나올 방법도 없었고, 무서웠고, 도와달라고 연락할 어른이 한 명도 없었어요.”

왜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요? -중등교사 안지혜

세상에 ‘마음 아픈 아이’는 있어도, ‘나쁜 아이’는 없습니다. 찬석이는 너무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네요. 혼혈, 가난, 아버지의 부재, 학교폭력, 왕따…. 이 아이를 어른들이 더 따뜻하게 보살폈어야 하는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선생님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모든 어른들이 함께 키워야 하고, 힘든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고, 아이들이 도음을 청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들을 계속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을 소개합니다. 최근 국립경찰대학에서는 위기 청소년들을 학교에 초대해서 친분을 맺는 <형제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나 친한 경찰 형 있어!” “제 건들지 마. 경찰 형 있대.”

도움을 청할 어른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인천 중학생이 그렇게 죽음을 맞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요…. 폭력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는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것입니다. 경찰대학 학생들과 위기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수업시간에 함께 고민하다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형제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경찰대학 홍보단이 소년원 출신 청소년, 회복센터 청소년,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장애인 가정 자녀들의 형·누나·오빠·언니가 되어서, 경찰대학에서 ‘친하게 재밌게 경찰 체험을 하며 함께 노는’ 프로그램입니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가난하다고 왕따당하고 괴롭힘을 당할 때, “나 친한 경찰 형 있어!” 이 한마디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형, 저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전화할 경찰이 있다면 든든하지 않을까요?

첫 번째 <형제프로젝트>가 지난 7일에 시작되었습니다. 소년법정에서 1호(위탁감호) 처분을 받고 회복센터에 입소해 있는 여자 청소년 10명을 초대하서 온종일 경찰대학 언니, 오빠들과 노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경찰 근무복 입고 사진도 찍어보고, 사격도 해보고, 맛있는 밥도 먹고, 학교에서 준비한 선물도 받고…. 마지막에는 언니 오빠들과 둘러앉아서 ‘남매, 자매’를 맺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경찰복을 입은 언니, 오빠들이 우루루 와서 저희들을 애워싸니까, 경찰에 연행되던 날이 떠올라서 기분이 나빴어요. 그런데 너무 친절하게 함께 놀아주니까, 그동안 ‘짭새’라고 부르며 피해 다녔던 게 미안해졌어요. 진작 경찰과 친해졌더라면, 소년원에 안 갔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좋은 어른들도 많은 것 같아요.”

<형제프로젝트>는 계속 됩니다. 위기 상황에서 경찰 형들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연을 맺어주는 일, 저도 함께 합니다. skima1@hanmail.net으로 연락주세요.

■마음치유 전문가 박상미는?

마음치유 전문가로 불리는 박상미씨는 마음치유 교육센터 ‘더공감 마음학교’의 대표다. 현재 경찰대학교 교양과정 교수로 있다. 법무부 교화방송국에서 전국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치유 강의를 하고,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영화치유학교>,<문학치유학교>를 연다. 직장인과 일반인들 대상으로는 감정조율과 소통, 공감 대화법 강의를 한다. 마음의 상처와 대화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기르는 책 <마음아, 넌 누구니>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등을 썼다. 고민상담은 skima1@hanmail.net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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