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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아쿠아맨’ 묘하게 지루한

■편파적인 한줄평 : 황홀한데 지겹네.

영화 <아쿠아맨>(감독 제임스 완)은 묘한 두 얼굴을 지녔다. 황홀한데 지루하다. 눈은 즐거운데 가슴은 지겹다. 화려한 볼거리에 못 미치는 서사적 완성도, 촌스러운 캐릭터 때문이다. 대신 겨울 방학, 집에만 있는 아이들이 걱정인 부모들에겐 희소식일 수 있다. 아쿠아리움 입장권이 비싸다고 생각된다면 그보다 저렴한 <아쿠아맨>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때울 순 있다.

영화 ‘아쿠아맨’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쿠아맨>은 육지와 해양의 혼혈이자 심해의 수호자인 슈퍼히어로 아쿠아맨의 탄생을 그린 액션블록버스터다.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해외로부터 호평, 속편 제작 확정, 중국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 등 화려한 수식어를 앞세워 반도 상륙을 꿈꿨다. DC코믹스가 지난해 11월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경쟁사 마블 스튜디오에 대항할 만한 히어로로 꼽히고 있다. 또한 <저스티스 리그>(누적관객수 178만명)의 흥행 실패 오명을 씻고 DC의 부활을 위한 히든카드기도 하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아쿠아맨>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갈릴 듯 하다. 누군가에겐 굉장히 지루한 시간으로, 누군가에겐 황홀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우선 잘 빠진 히어로물을 좋아하거나 작품성과 완성도 모두 잡은 영화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필름 속 유치한 묘사나 반전 없는 평면적 서사, 촌스러운 의상 등에 실망할 법하다. 2040세대라면 어릴 적 63빌딩 수족관에서 상영하던 수중 생태계 영화를 떠올릴 수도 있다. 게 중엔 ‘DC는 촌스러운 맛에 보지’라며 스스로 위로하는 이도 있을 터다. 그런 면에선 143분의 러닝타임이 감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상상력 세포가 확장하고 있는 어린 예비 관객이나 화려한 히어로물을 ‘단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이라면 꽤나 흥미로울 수 있다. 위의 약점을 모두 상쇄할 만큼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중 전투 장면이나 디테일한 상상력으로 구현된 수중 왕국 아틀란티스의 전경은 지루함을 잠시 잊게할 만큼 압도적이다. 추운 날씨에 아이들 손을 잡고 갈 곳을 고민하는 학부모라면, 따뜻한 극장 안에 펼쳐지는 수중 세계도 나쁘지 않다. 이런 점이 겨울 성수기 스크린 전쟁에 있어선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주연을 맡은 제이슨 모모아와 엠버 허드는 이름값을 해낸다. 눈을 사로잡는 외모와 연기력으로 영화의 강점 하나를 더한다. 특히 뻔하고 유치한 대사지만 제이슨 모모아의 입에서 흘러나와 매력적으로 비친다.

이처럼 <아쿠아맨>은 DC 코믹스의 세련되지 못한 화법을 여전히 넘어서진 못한다. 대신 제작진은 정교하게 짜인 ‘바다 나라’ 판타지를 제공하며 꿈나무 예비 매니아층을 공략하고자 한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판타지물 붐을 일으킨 국내 극장가에, 이같은 전략이 통할지는 오는 19일 확인할 수 있다.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3개

■흥행참패지수 : 2.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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