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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오는, 프로야구 전국시대

올해 가을야구는 시리즈마다 뜨거웠지만, 그 열기가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지는 못했다.

가을잔치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광주를 연고로 한 정규시즌 5위 KIA가 4위 넥센의 홈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와일드카드 매치 1경기만을 치르고 퇴장한 데다 대전에 터전을 두고 있는 정규시즌 3위 한화도 준플레이오프 4경기만에 탈락이 확정되는 등 지방팀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6위)과 롯데(7위), NC(10위) 등 영남권 연고 구단들은 전멸했다. 불과 한 시즌 전인 지난해 KIA가 통합우승을 이루고 롯데와 NC가 각각 3,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가을 무대를 화끈하게 달궜던 것을 감안하면 지방 구단들의 비극이 시리즈로 이어진 한 해였다.

두산 양의지(왼쪽)이 지난해 NC전에서 경기하는 장면. 연합뉴스

그러나 이 같은 흐름도 다시 변곡점을 향하는 듯 하다. 올 겨울 스토브리그를 보내면서 모든 구단들의 전력이 ‘평균선’으로 수렴되고 있다.

2위 SK를 무려 14.5게임 차로 따돌리고 정규시즌 정상에 오른 두산의 핵심 전력인 양의지가 올해 최하위로 떨어진 NC로 이적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두산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순항했지만 공수 양면에서 비중이 컸던 포수 양의지의 이탈로 최근 몇 년간 드러낸 견고한 전력 유지는 장담이 어려워졌다.

반대로 NC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포스트시즌 단골 팀이던 저력을 다시 끌어올려 당장 중상위권 이상의 성적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패한 외국인선수 농사만 다시 잘 짓는다면, 외국인 투수들을 리드하며 타선도 이끌 양의지 영입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

팀 전력의 변화를 일으킬 다른 요인도 줄을 잇고 있다. SK와 롯데, KT, NC가 새 감독에 지휘봉을 넘기고 새로운 팀 컬러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팀에서 차지하는 전력 비중이 상당한 외국인 선수도 전체 30명 가운데 19명이나 교체된다.

이동욱 감독이 지휘봉을 쥔 NC는 외국인 선수 셋을 모두 바꾸며 거의 새 팀으로 탈바꿈해 시즌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우승팀에서 올해 5위 팀으로 밀려난 KIA도 외국인 선수 세 자리를 모두 새 얼굴로 채웠다. 롯데도 양상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해 리더십에 변화를 주면서 외국인 선수 둘을 바꾸는 등 변모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둘을 교체한 데 이어 트레이드로 김동엽을 영입하며 팀 전력의 약점을 메워가고 있다.

이들 팀은 올해 거의 최악의 시즌을 보낸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주력 선수들의 부상도 적잖았다. 대부분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믿고 있다. 상위권 팀들의 전력 변화 가능성까지 계산에 넣으면 결코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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