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입대 전 첫 솔로앨범 내는 비투비 이창섭 “지금 가는게 운명, 박수칠 때 다녀오겠다”

대한민국 남자는 누구든 때가 되면 군대에 가기 위한 신체검사를 받고 어떤 형태로든 국방의 의무를 진다. 20대의 인생에서 봤을 때 남자에게 군 입대와 그에 따르는 생활은 지금까지 만들어놓았던 세계가 송두리째 바뀌는 대단한 경험이다. 그런 이유로 누구는 그 기회를 기대하지만 대부분은 부담감 속에서 기다리곤 한다.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는 K팝 아이돌 아티스트에게는 오히려 제때 일어나 일하고 밥 먹고 자는 군 생활이 오히려 휴식일 수 있다.

그룹 비투비의 멤버 이창섭은 팀에서는 서은광에 이어 두 번째로 내년 1월 입대를 앞두고 있다. 이 시기를 맞춰 첫 번째 솔로앨범 <마크(Mark)>를 발매했다. 연습생 시절을 포함해 10년 가까이 음악과 함께 했던 자신의 모습, 가수로서의 1막을 정리하고 또한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하얀색 머리를 하고 등장한 이창섭은 시종일관 눈웃음을 멈추지 않고 “잘 다녀올 겁니다”하고 자신있게 말했다.

내년 1월 군 입대에 앞서 지난 11일 첫 솔로앨범 ‘마크(Mark)’를 발매한 그룹 비투비의 멤버 이창섭.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일본에서도 솔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솔로 앨범에 대한 갈증은 그리 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입대 날짜가 나오면서 ‘가기 전에 솔로 앨범을 만들고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너무 찬성이었죠. 팬 분들에게도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어떤 흔적을 남겨드리고 싶었고, 제 음악 역시도 입대 전과 전역 이후가 어떻게 다를 지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기에 앨범을 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앨범에는 타이틀곡 ‘곤(Gone)’의 반주 트랙을 포함해 총 6곡이 수록됐다. 원래부터 전자음악의 틀에 갇히지 않고 보컬과 랩을 다양한 형태로 조합하는 팀의 정체성에 맞게 다양한 음악을 해온 이창섭이었지만 조금 더 자신의 색을 실어서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밴드 음악에 치중했다.

“제가 록 사운드를 좀 좋아하고 지향하는 편이거든요. 이유는 그 어떤 컴퓨터 음악이 진짜 사운드를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진짜 악기만이 주는 감동이 있죠.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진심이 담긴 진짜 악기들의 사운드를 들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비투비 안에서의 창섭은 조금 소년이고 싶었다면 제 솔로 앨범에는 조금 더 나이 든, 청년 같은, 남자이고 싶어하는 자아가 담겨있어요.”

타이틀곡 ‘곤’은 1번 트랙 수록곡 ‘웨이(Way)’와 함께 끝까지 타이틀곡 경합을 한 끝에 선정됐다. 어둡고 외로운 세상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어떠한 구애도 받지 않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 가사를 풀어냈다. 그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와 끝으로 향해 갈수록 절정을 향해 치닫는 밴드 사운드의 구성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년 1월 군 입대에 앞서 지난 11일 첫 솔로앨범 ‘마크(Mark)’를 발매한 그룹 비투비의 멤버 이창섭.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우선 회의를 일주일 정도 한 후에 ‘불 같이’ 달렸어요. 2~3주 안에 네 곡을 다 만든 것 같습니다. 보통 제 노래의 가사를 쓸 때 30분 안에 나오게 되는데 ‘웨이’의 경우는 작곡가 형들과 네 시간 머리를 싸매고 만든 가사에요. 그리고 녹음을 할 때는 마침 성대결절이 와서 굉장히 오랜시간 녹음을 하며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곤’ 뮤직 비디오에서는 평소 친분이 있던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박초롱이 여주인공으로 참여했다. 비투비로의 활동 뿐 아니라 여러 편의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뮤지컬 배우로서 평판을 높이고 있는 그는 무대 연기에서 얻었던 여러 기술들을 접목해 스스로 만족하는 뮤직 비디오를 완성해 냈다.

“군대를 간다고 생각하니 뮤지컬 무대에 못 서는 것도 아쉬운 것 같아요. 최근에 했던 작품 <아이언 마스크>에서는 제가 제일 마지막 무대에 서기도 했거든요. 기분이 묘했어요. 원래는 제일 막내인 경우가 많아 마지막 무대엔 서지 못했거든요. 군 생활을 열심히 한 다음 멋진 모습으로 뮤지컬 무대에 다시 올랐으면 좋겠어요.”

2012년 싱글 <비밀>로 데뷔한 비투비는 초반에는 당시 쏟아져 나오던 많은 아이돌 그룹들과의 차별화에 애를 먹으며 비교적 무명의 시간도 보냈지만 빡빡한 구성의 전자음악 테두리에서 벗어나면서 오히려 10대 이상의 조금 더 높은 세대에 어필하는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으며 사랑받기 시작했다. 최근에 발매한 ‘아름답고도 아프구나’의 경우도 발매와 동시에 빠르게 음원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면서 나름의 색깔을 확실히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1월 군 입대에 앞서 지난 11일 첫 솔로앨범 ‘마크(Mark)’를 발매한 그룹 비투비의 멤버 이창섭.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저희만의 색을 구축해서 좋은 음악을 한창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시기에 가야하는 게 좀 아쉽기는 해요. 반대로 ‘조금 더 일찍 이렇게 색을 구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저희끼리도 하곤 하죠. 하지만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하잖아요. 박수칠 때 다녀오는 것이 조금 더 멋있는 이별과 재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는 지금 가는 것이 제게는 운명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를 포함해서 민혁이 형이나 형님들은 이제 거의 입대계획이 잡혔고요. 다들 다녀오면 막내 (육)성재가 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창섭은 육성재의 입대 시기가 다가오면 두 번째 재계약 시즌도 다가온다고 말하면서 “성재의 선택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육성재는 비투비의 전부”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서)은광이 형은 잘 하고 있는데 저도 오면 잘 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훈련이 재밌지만 행군은 제일 힘들대요. 그래도 매일매일 일을 해야 했던 시기보다는 마음으로는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비록 밤이 되면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곳이지만 오히려 휴식이 되기도 한다고 했어요.”

첫 솔로앨범을 낸 이창섭은 따로 방송활동은 하지 않고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통해 팬들을 만날 계획을 하고 있다. 그리고는 일찌감치 머리를 민 다음 1월 초에 있을 콘서트 무대에서 팬들을 만난다. 그렇게 팬들과 석별의 정을 나눈 다음에는 실컷 논 후에 나라의 부름을 받을 예정이다.

내년 1월 군 입대에 앞서 지난 11일 첫 솔로앨범 ‘마크(Mark)’를 발매한 그룹 비투비의 멤버 이창섭.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후배 원포유의 멤버 우주라는 친구를 최근에 대기실에서 만났는데 저를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건 굉장히 뿌듯하고 힘이 되는 일 같아요. 이 노래 역시도 많은 분들이 앞으로 제가 보고 싶으실 때 문득 꺼내 듣는 음반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군대, 그렇게 길지 않잖아요. 아무 눈 ‘깜빡’하시면 제가 딱 와 있을 거예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