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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오재철 대표 “사회인야구장 무료 스마트화…사람들이 미쳤대요”

“생활스포츠시장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거기에 정보통신기술(IT)을 접목시킨 세계 최고 생활스포츠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오재철 대표는 확고했다. 오대표가 미래 먹거리로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건 프로스포츠도, 엘리트스포츠도 아니다. 아직도 스포츠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평가절하되고 있는 생활스포츠다. 오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산업과 산업 간 융합이 필요한 시대인데 세계적으로 스포츠와 IT를 모두 아는 강한 기업이 없다”며 “IT를 이용한 생활스포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세계에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대치동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옥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1998년 설립됐다. 지금까지 CMS(Contents Management Service)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게 주요 업무다. 그런데 5~6년 전 스포츠 쪽으로 눈을 돌린 뒤 다른 곳에서 번 돈을 스포츠에 투자하며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웬만한 스포츠업체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생활스포츠에 올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CMS 기업이 스포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은 산업과 산업이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그런데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와 IT를 모두 이해하는 강한 기업들이 거의 없다. 우리는 CMS와 에너지소프트웨어에서 국내 1위다. 스포츠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스포츠단체들과 코워크를 하면서 스포츠에 대한 노하우도 쌓이고 있다. 스포츠와 IT가 결합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전 세계에 팔겠다.”

-스포츠계조차 생활스포츠를 산업화시키는 게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왜 생활스포츠를 택했나.

“생활스포츠시장은 세계적으로 무조건 커지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은 지금도 7~8%로 성장하고 있다. 소득이 오르면 심심해지고 그걸 해결해줄 대책이 필요하다. 휴대전화가 왜 잘 팔리는가. 단순히 통화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휴대전화가 심심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이 증가하고 수명이 길어지면 사람들은 심심해지게 마련이다. 오랫동안 건강하고 재밌게 사는 길, 생활스포츠뿐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대치동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옥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생활스포츠 관련 스포츠웨어를 개발해 수출하겠다는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다른 대부분 분야는 나라마다 문화, 관습 등이 모두 다르다. 제품을 수출할 때 여러 가지 걸림돌들이 무척 많다. 그런데 스포츠 룰은 전 세계가 똑같기 때문에 고객별 커스터마이즈가 필요하지 않다. 즉, 한국에서 스포츠 소프트웨어를 잘 만든다면 전 세계 어디든 팔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고객은 모두 1300곳인데 그 중 800곳이 해외에 있다.”

-스포츠 쪽 일 중 가장 먼저 한 것은 무엇인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갤러리 분석이다. KLPGA 투어를 참관하는 갤러리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에 머물며, 무엇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지 등을 연구했다. 제대로 된 프로스포츠 관중 분석을 가장 처음 한 게 우리일 것이다. 이후 KLPGA 투어 입장권 통합 판매, 아마추어 골퍼 스코어 관리 및 대회 운영,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운영 등도 했다. 최근에는 사회인야구에 주력하고 있다. 사회인 야구장에 음성과 디스플레이어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기 시작했고 사회인야구 전문 전광판 ‘브리즘’도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다. 골프 쪽 돌파구도 찾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2018 고양시-경향신문 가을야구 KEB하나은행과 메디젠전에서 선수 타격 때 전광판 ‘브리즘’에서 스코어와 볼카운트가 표시되고 있다. 김만석 기자

-많은 생활스포츠종목 중 야구와 골프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두 종목은 할 때마다 사람들이 돈을 낸다. 저변도 넓고 경기장도 많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세밀한 기록이 필요하다. 야구를 먼저 시작한 것은 기록이 공식적으로 잘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700여 사회인 야구장에서 연간 47만 차례 경기가 열린다. 대부분 경기에서 기록원들이 있어 신뢰할 만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걸 어떻게 모아 한개 소프트웨어로 묶느냐가 관건이다. 그걸 이루기 위해 우리와 동호인을 연결시키는 게 브리즘이다. 우리는 올해 12개 사회인 야구장에 브리즘을 설치했고 내년에 70곳까지 늘린다. 물론 모두 무료다.”

-브리즘 한 쌍에 4000만원 안팎이 든다. 그걸 공짜로 설치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더 재밌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방법, 그걸 찾는 게 가장 중요한 밸류다. 그리고 이건 모든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가치이기도 하다. 모바일 게임을 예로 들겠다. 모바일 게임을 무조건 재밌게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하게 돼 있다. 그럼 누군가 그 게임에 돈을 태우고 플랫폼을 만든 회사는 자연스럽게 돈을 벌 수 있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동호인 선수들이 재밌게, 자발적으로 하고 싶게 만들면 모든 게 해결된다. 내년이면 국내 사회인야구장을 스마트화할 것이다. 브리즘을 통해 투구·타구 속도, 회전수, 예상 비거리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인 야구인들은 몸은 아마추어지만 마음은 프로다. 일단 보게 되면 매료될 것이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인데 불안감, 조급함은 없나.

“뭘 해도 돈은 깨지게 마련이다. 지금 아이온은 다른 곳에서 벌어들인 돈을 스포츠에 투자하고 있을 뿐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돈을 넣어보니 동호인들이 달라지고 좋아하는 게 보인다. 지인들은 비싼 브리즘 세트를 무료로 뿌리는 것을 보고 모두 ‘미쳤다, 그만두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시장을 장악할 자신이 있다. 내년 국내 상위 10% 구장인 70개 야구장에 브리즘을 설치한 뒤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호인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유니크한 재미를 느끼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우리 안에 머물 것이다. 앞으로 3,4,년이면 야구 플랫폼은 완성된다. 5년 정도면 해외 수출도 이뤄질 것이다.”

-아마추어 골프 쪽은 뭐가 보이나.

“골프는 아직 명랑골프 수준이라서 기록을 믿기 힘들다. 무엇보다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게 과제다. 그래서 우리는 주니어부터 미드아마추어 골프계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야구 브리즘처럼 골퍼들 마음을 사로잡을 게 필요하다. 그걸 찾고 있다.”

-생활스포츠에 IT를 접목시켜 기록 등을 관리할 경우 어떤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 같나.

“현재 스포츠산업은 콘텐츠, 후원기업, 용품업체, 운영업체, 시청자, 미디어 등으로 분류돼 있다. 생활 스포츠인 경우에는 분류가 더 단순한데 그건 기록과 랭킹이 없기 때문이다. 생활스포츠에서 기록, 랭킹이 관리되면 선수에 따라 개인적인 데이터 분석과 분류가 가능하다. 현재 사회인야구가 인기를 끄는 건 어릴 때 야구를 구경한 사람들이 직장을 얻고 돈이 생기면서 용품을 사서 야구를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용품 시장은 전체 스포츠시장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개인화된 데이터를 갖고 있다면 맞춤형 용품 사업을 할 수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칭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국내외 시장을 하나로 묶을 수도 있다. 이런 게 기록, 랭킹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다.”

-현재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매출은 100억 원 정도, 직원은 150명 선이다. CMS와 에너지 소프트웨어 업무를 주로 하다가 2002년 새로운 인생 목표를 세웠다.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출 2500억 원을 해야 한다. 제조업에서 매출을 25배 올리는 건 어렵지만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금방 이룰 수 있다. 물론 해외매출이 90% 이상을 해줘야 가능하다. 그걸 생활스포츠 소프트웨어가 해줘야한다. 생활스포츠 IT 기업 중 전 세계 넘버 1이 되는 게 꿈이다. 우리 회사가 스무 살이 됐다. 회사를 세계적인 회사를 만든 뒤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오재철 대표는 누구

오재철 대표는 경희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초등학교 때 색약인 것을 알고 문과를 갔다.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고교 때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활약했고 1980~90년대 출간한 책 13권도 모두 소프트웨어 책들이다. 오대표 스스로 “몸은 문과, 머리는 이과”라고 말한다. 한메소프트 등 과거 두차례 회사를 설립했고 1998년 세운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가 세번째 회사다. 현재 아이온이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쓰는 곳은 세계 1000여곳이다. 고객은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8개국에 있다. 삼성, LG 등도 고객이다. 오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네번째 도전을 내년쯤 공개하겠다”며 “소프트웨어 업체가 한번도 가지 않은 일을 해외에서 벌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대표는 “남들이 하지 않은 걸 생각하고 그걸 해내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직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대표는 자전거 타기를 가장 즐기고 가장 힘들어가는 스포츠는 골프다. 대학생 아들, 고교생 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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