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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고민사전] “가장 가난한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

연말에 어떤 책을 읽을까요? 외로움을 극복하기 힘들어요.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인생이 허무할 땐 어떤 영화를 볼까요?

12월이 되면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외로울 땐 책을 읽는 게 최고죠. 영화도 좋아요. 이왕이면 마음 온도를 따뜻하게 올려주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고, 영화로 만난다면 금상첨화죠.” 답을 할 때 빼놓지 않는 책과 영화가 있다. 알로이시오 신부의 저서 <가장 가난한 아이들의 신부님>이다. 책을 영화로 만든 <오! 마이 파파>도 강력 추천한다. 사실, 외로움을 극복하고 인생을 의미 있는 삶으로 바꾸는 데 가장 만족스러운 일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일!

이 책과 영화는 ‘소 신부님’으로 잘 알려진 소 알로이시오(1930~1992·미국) 신부님 이야기다. 1957년 6월, 사제 서품을 받은 스물일곱 살 청년은 그해 12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그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던 부산 송도로 자원해서 왔다.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메리놀 신학대학에서 신학 공부를 하는 동안 그의 마음은 늘 불편했다. 검소한 생활을 몸에 익히는 루벵대 신학대으로 옮겨 공부를 마친 후, 전쟁의 잿더미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이 기다리는 한국을 선교지로 택하고 달려온다.

알로이시오 신부의 저서 <가장 가난한 아이들의 신부님>은 인간으로서의 욕망을 모두 내려놓고 가난한 아이들의 아버지로 살던 그가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가 1992년에 선종할 때까지의 이야기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기 위해 피를 파는 어린 여자 아이, 넝마주이가 된 고아들을 보며 알로이시오 신부는 미국 워싱턴에 ‘한국자선회’라는 모금 단체를 만들고 후원자들을 모았다. 매일 미국의 후원자들에게 편지를 쓰고, 동네 주부들이 부업으로 만든 수놓은 손수건을 편지 봉투에 넣어 보냈다. 후원금은 1달러가 대부분이었고, 5달러 이상 거금을 보내오는 후원자도 있었다. 피란민 판자촌이 즐비하던 송도성당 주임을 자원한 그는 ‘마리아 수녀회’를 창립하고 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기 시작했다.

“가장 가난한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해야 합니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소년의 집’을 세웠다. 공사 현장의 인부들이 “왜 비싼 자재만 쓰느냐”고 물으면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상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와 학교가 세워졌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고 축구 시합을 했다. 가난한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주고,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내 희망은 보통 가정의 아버지와 같습니다. 자식이 건강하게 교육 잘 받고 잘 사는 것 아니겠어요?”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구호병원과 도티 기념병원을 세웠지만, 정작 자신은 지독한 가난을 견디며 살았다. 사제복 한 벌로 평생 살았고, 구두는 수시로 꿰매서 고무 바닥이 비닐처럼 닳을 때까지 신었다. 부산과 서울, 필리핀, 멕시코에도 ‘소년의 집’과 ‘무료병원’을 세웠고, 잘 먹이고, 정성껏 가르치고, 사랑으로 키우는 일을 평생 동안 지속했다.

알로이시오 신부가 평생을 보낸 부산 송도성당은, 후에 아프리카 수단에 병원과 학교를 설립하여 원주민을 위해 헌신한 이태석 신부가 다녔던 성당이다. 부산 송도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가난한 삶을 스스로 택하고 가난한 이들과 살을 부비며 가족처럼 살았던 알로이시오 신부의 손길을 체험하며 자란 소년 이태석은 그가 걸은 길을 따라 걷는 사제가 된다. 받은 사랑은 소년의 가슴에 꿈의 씨앗을 뿌리고, 그가 청년이 되었을 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땅 아프리카 수단으로 가서 받은 사랑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했다. 가장 가난한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심정으로 최고의 교육, 최고의 사랑을 주었기에 일어난 사랑의 기적이다.

■마음치유 전문가 박상미는?

마음치유 전문가로 불리는 박상미씨는 마음치유 교육센터 ‘더공감 마음학교’의 대표다. 현재 경찰대학교 교양과정 교수로 있다. 법무부 교화방송국에서 전국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치유 강의를 하고,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영화치유학교>,<문학치유학교>를 연다. 직장인과 일반인들 대상으로는 감정조율과 소통, 공감 대화법 강의를 한다. 마음의 상처와 대화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기르는 책 <마음아, 넌 누구니>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등을 썼다. 고민상담은 skima1@hanmail.net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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