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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선균 “30년 후에도 연기할 거냐고요? 아뇨”

“30년 후에도 연기할 거냐고요? 아뇨. 그때까지 절 필요로 한다면 감사하겠지만, 그래도 좀 편하게 살고 싶어요. 하하하. 이런 얘기, 아내와도 많이 하거든요. 배우란 직업이 대중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한편 평가도 받는 직업이라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돼요. 조심스러운 숙제인 것 같아요.”

배우 이선균은 솔직했다. 연기에 대한 고민도 있는 그대로 털어놨다.

배우 이선균,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제 노력과 다른 방향으로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드라마 <나의 아저씨>도 그랬고요. 젠더 감수성과 다르다는 말을 듣고 ‘아니다’고 해도 ‘아닌 게 아니잖아’란 반응이 돌아오니 답답하더라고요. 시작부터 색안경을 끼고 보니, 어떤 얘기를 해도 곧이 곧대로 듣지 않을 것 같았고요. 물론 지금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기분이 좋아요. 배우로서 떳떳하게 봐달라고 할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요.”

이선균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하정우와 호흡을 맞춘 신작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 촬영 소감과 <파스타> 유행어, 아내 전혜진 등 자신에게 따라붙는 키워드에 대해 시원하게 대답했다.

■“‘PMC: 더 벙커’ 분량 적어도 김병우·하정우와 꼭 작업해보고 싶었죠.”

그는 <PMC: 더 벙커>에서 북한 의사 ‘윤지의’로 분해 하정우와 맞붙는다. 극 중간부터 등장하는 터라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있었다. <더 테러 라이브>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병우 감독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어요. 시나리오도 좋았고 김병우 감독, 하정우와 언제 한 번 같이 일해보겠어요? 이렇게 좋은 팀에 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으니까요. 그러니 분량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어요.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았지만, 꼭 함께하고 싶은 생각에 출연하겠다고 했죠.”

일종의 도박이었지만,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국내 영화계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액션과 볼거리들이 가득한 완성본을 만들어냈다. 촬영이 없을 때에도 현장을 찾은 그의 열정도 한몫했다.

“뒤늦게 합류한 만큼 낯선 느낌을 줄일 필요가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이라도 대사를 함께 해주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물론 하정우가 잘 안 받긴 하더라고요. 대신 제가 현장에 오는 걸 두고 ‘집에 있기 싫어서 없는 일정까지 만들어온다’고 하던데, 그건 절대 아닙니다. 하하하.”

겨울 성수기에 출격하는 터라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있단다.

“하정우 팬덤이 대단한데, 그 덕 좀 보고 싶어요. 하하. 이런 장르가 연말 가족영화로 어울릴까 고민은 되지만, 젊은 층들이 굉장히 좋아할 거란 자신감은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느낌도 나고 감각적이니까요. 너무 빨라서 멀미가 난다는 반응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 관객석 앞줄만 피한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걸요.”

처음으로 호흡 맞춘 하정우에겐 ‘건강한 매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기질은 저와 다르지만 성향이 서로 비슷한 편이에요. ‘캠핑’에 최적화된 친구죠. 골목대장 같은 기운도 강하고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저랑 기질은 다르지만, 그래서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또 서로 친한 친구들이 겹치기도 하더라고요. 첫 만남이지만, 이런 교집합 때문에 더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파스타> 속 유행어, 이젠 제가 따라해요.”

10년 전 히트했던 <파스타> 속 그의 유행어는 아직도 각종 개그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며 머쓱하게 웃는 그다.

“10년간 성대모사될 줄은 몰랐어요. 좋았냐고요? 아뇨. 한동안 그 이미지를 떨쳐내고 싶었어요. 처음엔 ‘하나도 안 비슷하네’라고 부정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그 성대모사하는 사람들을 또 따라하고 있더라고요. 하하. 이젠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당시만 해도 ‘멜로 배우’로서 섭외 1, 2위를 다투던 그였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수식어가 그립지 않냐고 하니 고개를 저었다.

“전혀 아쉽지 않아요. 나이가 들면 변해가야죠. 대중이 ‘멜로 배우’에게 기대하는 연령대가 있으니까요. 전 그 시기가 지났다고 생각해요. 이젠 제 캐릭터 스펙트럼을 확장해야할 때죠. 제일 어려운 문제기도 하고요.”

아내인 전혜진과 작품을 해보는 건 어떠냐는 물음엔 손사래를 쳤다.

“지금은 같이 할 생각이 없어요. 저와 아내가 한 작품에 나오면 보는 사람도 집중 못할 것 같고요. 또 부부끼리 싸웠을 때 현장에 그 감정을 고스란히 가져갈까봐 무서워요. 예전에 한 번 연극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서로 다투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어렵더라고요. 하하. 물론 나이가 들어 작품에서 부부로 나온다면 재밌을 것 같긴 하네요.”

마지막으로 열심히 달려온 올 한해를 평가해달라고 했다.

“쉬지 않고 일한 것 같아요. 운 좋게 좋은 인연이 이어졌고요. 육체적으로 피곤할지는 몰라도, 정말 감사한 1년이었어요. 내년에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연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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