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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메달 목표’ 사라진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정부차원의 ‘메달 목표’가 사라질 전망이다. 메달 숫자에 따른 나라별 메달 순위 목표도 함께 사라진다. 최근 불거진 스포츠 인권 문제들의 배경으로 성과지상주의, 메달지상주의 등이 지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목표’는 ‘8-4-8-4’로 압축됐다.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따내 동계올림픽 메달 순위에서 ‘4위’에 오르겠다는 목표였다.

‘8-4-8-4’ 목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설정됐다. 그해 12월16일 대한체육회는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비 종목별 경기력 향상대책 보고회’를 열고 평창에서 금8·은4·동8개로 종합 4위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5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2개를 딴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1개는 스켈레톤의 목표였다.

사진=연합뉴스

8-4-8-4는 역대 동계올림픽 최고 성과를 뜻하는 것이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금6, 은6, 동2개를 따내면서 메달 종합 순위 5위에 오른바 있다. 구체적인 메달 목표가 세워진 것은 당시 최대치를 강요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요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도 ‘성과’에 대한 압박은 계속됐다. 개막을 3개월여 앞둔 선수단 격려 현장에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목표를 달성하면 선수들의 이름으로 시를 짓겠다”고 말했다.

‘메달 목표’는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졌다. 대회를 1달 여 앞둔 지난해 1월 조재범 코치의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메달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이를 덮으려 했던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메달 지상주의는 스포츠 인권을 침해당하고도 침묵하도록 강요하는 장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체육 분야에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도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국제대회에서 구체적인 메달 목표와 순위를 설정하는 관행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도 구체적 숫자가 강요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게임 국가대표 결단식에서 김성조 선수단장은 “금메달 65개, 종합 2위”를 언급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선수들을 향해 “최고의 성적을 내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온갖 어려움을 견디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더 큰 감동을 줍니다”라면서 “국민들도 결과보다 선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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