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진선규 “‘범죄도시’는 로또, 인생대역전이었죠”

배우 진선규에겐 2018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영화 <범죄도시> 흥행으로 무명의 설움을 씻었고, 극 중 위성락 역으로 제38회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눈물의 수상소감으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그야말로 로또 맞은 느낌이었어요. 인생대역전이라고나 할까요. 영화가 잘 돼 제 얼굴도 알렸고 청룡영화상에서 말도 안 되게 상을 받았으니까요. ‘진선규’란 배우가 인지되는 시점이었어요. 이후로 CF도 찍고 뮤직비디오도 출연했어요. 처음하는 것들이 참 많았죠. 신작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포스터엔 제 얼굴도 나왔고요. 정말 어마어마한 한 해였어요.”

배우 진선규,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진선규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늦깎이 스타’로 떠오른 벅찬 심경, 무명에서 주연급으로 급부상한 변화의 체감 온도, 그리고 <극한직업>서 류승룡, 이하늬 등과 호흡을 맞춘 촬영기 등을 공개했다. 인터뷰 내내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원래 이병헌 감독 팬, 2년 만에 협업의 꿈 이뤘죠”

<범죄도시>의 흥행은 여러모로 놀라운 기적을 선물했다. 그 중 하나는 이병헌 감독과 협업이다.

“예전부터 이병헌 감독의 팬이었어요. 제가 무명일 때, 이 감독의 전작 <스물>을 봤는데 정말 대단한 ‘말맛’에 감독이 누군지 궁금하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술자리서 이 감독을 마주쳤어요. 첫마디가 ‘팬이다. 작은 역이라도 꼭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였는데, 그 꿈이 2년 만에 이렇게 이뤄진 거예요.”

두 손에 들어온 시나리오에 ‘이병헌 감독’이라고 찍힌 걸 보고는 너무나도 감격했단다.

“배역이 크든 작든 무조건 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완성도까지 높아서 더 욕심이 나더라고요. 한참 후에 이 기억을 꺼냈더니 이 감독도 ‘선규 선배가 정말 잘 된 것 같아 좋다’고 답하더라고요. 표현은 단순했지만, 절 생각해주는 정이 느껴졌어요.”

첫 코믹 영화라 고민도 많았다. 잘 웃길 수 있을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 고민을 싹 사라지게 한 건 류승룡, 이하늬, 이동휘, 공명과 ‘차친 호흡’ 덕분이었다.

“이 배우들이 정말 너무 좋았어요. 워낙 호흡이 좋아서 제가 좀 부족해도 다른 사람들 연기 덕분에 제 캐릭터가 살아나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촬영 현장에서만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모두 친해졌어요. 추운 날 차도 마시면서 사는 얘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요. <범죄도시>를 찍을 때도 윤계상, 김성규와 이런 분위기였는데, 그런 팀워크를 새로운 사람들과 또 만들었다는 게 신기했어요.”

이번엔 윤계상이 아닌 그의 연인 이하늬와 함께했다.

“참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다른 이들을 편하게 웃을 수 있게 배려해주니 마음이 편해질 수밖에요. 제가 윤계상과 오래 알고 지내면서 이하늬에 대한 얘기를 전해듣긴 했지만, 첫만남부터 원래 친한 사람처럼 다가오더라고요. 절 참 많이 챙겨주기도 했고요. ‘엄마’ 같았어요. 하하.”

■“좋은 배우가 되는 길목에 늘 있고 싶어요”

다소곳한 말투와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가 연기한 거센 캐릭터들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섬세하고 차분한데 거친 연기를 자유자재로 해내느냐고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180도 달라지는 게 좋아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유복하지 않은 환경이라 어머니가 늘 ‘어딜 가든 인사 잘하고 겸손하게 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한번씩은 더 봐준다’며 착하게 살라고 강조했는데, 그게 몸에 박힌 모양이에요. ‘선규는 착하다’는 말이 콤플렉스가 될 정도로 매어있었죠. 주위 사람들도 제가 화내야 하는 상황에 웃으면서 ‘그냥 편한대로 해’라고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다 우연히 연극에 도전했는데, 한번도 안 하던 말을 하고 막 소리를 지르니 엄청 짜릿했어요. 분장으로 제 얼굴을 가린 것도 좋았고요. 제 안에도 분명 ‘악’이 있을텐데, 거친 캐릭터들이 그걸 ‘톡’하고 건드니 더 신나서 연기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착한 선규’란 말이 참 싫었다고도 고백했다. 이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배우로서 방향성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에겐 ‘그게 아니야’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멋있는 사람이요. 아직 ‘좋은 배우’가 어떤 건지 결론 내리질 못했지만, 많은 이가 목표하는 ‘좋은 배우’로 가는 길을 계속 걷는다면 언젠가는 그 목적지에 도착해있지 않을가요. 지난해에 엘리베이터를 탄 마냥 쑥 올라왔으니 이젠 다시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걸어가야죠.”

마지막으로 주연으로 이제 막 올라선 기쁜 마음, 그와 동시에 느끼는 책임감도 털어놨다.

“너무 행복해요. 하지만 엊그제까지만 해도 작은 역이었는데, 갑자기 주연을 맡았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도 생각해요. 즐거워서 시작한 연기고, 동료들과 열정을 다해서 행복했던 건데 그 초심을 잊어버리면 안 되죠. 욕심내지 않고 감독이 그린 큰 그림 안에 쓸만한 요소가 되도록 연기할 거예요.”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