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해외축구 돋보기] “누구냐, 너”…3경기 만에 AC밀란 팬 홀린 ‘제2의 네이마르’ 파케타

“누구냐, 너.”

AC밀란 팬들은 지금 영화 ‘올드보이’ 속 명대사를 읊조리고 싶은 기분일 것이다. 1월 이적시장에서 합류한 브라질 출신의 테크니션 루카스 파케타가 과거 AC밀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삼바 매직’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열린 제노아전에서 세리에A 데뷔전을 치른 AC밀란의 브라질 출신 영건 루카스 파케타가 제노아의 미드필더 다니엘 베사를 앞에 두고 레인보 플릭을 시도하고 있다.PierfrancescoTrocchi 트위터 제공

플라멩고에서 뛰다 이적료 3070만 파운드(약 447억원)에 AC밀란 유니폼을 입은 파케타는 지금까지 3경기를 뛴 게 전부다. 지난 12일 삼프도리아와의 코파 이탈리아 경기서 데뷔전을 치른 뒤 17일 유벤투스와의 슈퍼컵 결승, 21일 제노아와의 세리에A 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AC밀란 팬들을 사로잡는 데는 3경기면 충분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평범하다. 골이나 도움을 기록한 것도 없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제노아전의 경우 슈팅 2개, 키패스 2개, 터치 59번, 패스 정확도 76.2%를 기록했다. 그러나 파케타에게는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비범함과 클래스, 보는 즐거움이 있다.

대표적인 게 제노아전에서 보여준 레인보 플릭이다. 볼을 뒤꿈치로 끌어올려 상대 수비수 키를 넘긴 뒤 돌파하는 레인보 플릭은 실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고난도 기술이다. 22살의 어린 선수가, 정규리그 데뷔전에서 이런 기술을 떠올리고, 실행에 옮긴다는 것 자체가 그의 대담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기술을 발휘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다. 파케타는 유벤투스전에선 신속하고 우아한 플릭을 구사했다. AC밀란 진영에서 파케타가 볼을 잡는 순간 유벤투스 미드필더 벤탄쿠르가 뒤에서 강하게 압박해 왔다. 볼을 빼앗기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파케타는 왼발바닥으로 볼을 끈 뒤 오른발 뒤꿈치로 동료에게 패스를 해 오히려 역습기회를 만들었다. 상대의 압박을 쉽게 벗겨낼 수 있는 본능적인 기술과 생각의 속도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AC밀란에서 삼바 매직의 부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파케타.ACMilanSwiss 트위터 제공

파케타는 지난해 플라멩고에서 32경기 10골1도움을 올리며 급부상했다. 티테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파케타에 대해 “네이마르나 쿠치뉴와 같은 방식으로 축구를 생각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기술을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은 네이마르와 비슷하지만 제공권과 수비력은 네이마르보다 낫다. 공격형 미드필더이면서도 브라질에선 매경기 2.5개의 태클과 0.9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할 만큼 수비력도 수준급이었다.

파케타가 아직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축구를 보는 즐거움은 벌써 AC밀란 팬들에게 안겨준 것 같다.

AC밀란 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폴 포그바 이후 가장 완벽한 미드필더 유망주 같다” “미래의 AC밀란 스타가 탄생했다”“즉각 파케타 동상을 만들 준비를 하자” “게임속 캐릭터 같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AC밀란은 호나우두와 호나우지뉴, 호비뉴, 카카에 이르기까지 삼바의 혈통이 면면히 흐르고 있는 구단이다. 파케타를 통해 AC밀란에서 다시 ‘브라질 매직’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AC밀란 레전드로 현재 스포츠전략개발 디렉터를 맡고 있는 파울로 말디니의 말도 그랬다.

“파케타는 우리가 꿈을 꾸도록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