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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홍기 변호사의 마약 소송이야기] 검경 수사권 조정

검경 수사권 조정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대표적인 검찰 개혁이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이 가져가고 검찰은 기소 및 공소 유지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대안이다.

경찰의 독립적인 수사권을 위한 핵심 사항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일반적 수권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일반적 수권조항’이란 법률에 의한 개별적 수권 없이 경찰권 발동 권한을 포괄적으로 수권하는 조항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 권한을 갖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서 검경의 갈등은 예전부터 치열했다.

민홍기 대표 변호사 (법률사무소 승전)

하지만 19대 문재인 대통령이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검찰 개혁안을 공약으로 발표한 만큼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검찰과 경찰 간의 갈등과 반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이 진행됐다. 정부와 검찰, 경찰이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합의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참석했다. 김부겸, 박상기 두 장관은 관계부처 장관으로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직접 서명했다. 앞으로 경찰은 사건 수사시 검찰 송치 전까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 서명한 합의문에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직 관계에서 상호 협력 관계로 수정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해 검찰 송치 전까지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도록 했다. 따라서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며,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된다. 검찰 수사력은 일반 송치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도록 했다. 실제로 경찰의 초기 수사의 독립성은 어느 정도 선에서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경의 수직 관계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1차 수사권, 종결권을 경찰에 내주고 검찰은 경찰에 대한 이중삼중의 통제권을 받아냈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수사권,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권,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 수사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직무 배제 및 징계 요구권,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 조치 요구권, 시정 조치 불응 시 송치 후 수사권 등의 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같은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중복 수사하게 되면 검찰에 우선권이 있다. 여전히 검찰이 경찰의 상위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수준의 합의라면 사실상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경찰이 보유했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어 보이고 실무적으론 달라진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경찰청은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라는 취지로 검찰의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추진하는 TF로 수사구조개혁단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2018년 7월 24일 21대 경찰청장으로 취임한 민갑룡 청장은 수사구조개혁단의 전신인 경찰혁신기획단 업무혁신팀장과 수사구조개혁팀장 등을 역임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실무를 수행해왔다. 민 청장은 취임사에서 ‘2018년 6월 마련된 최초의 정부 수사권 조정안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다. 앞으로 경찰은 수사 개시에서 종결까지 온전한 책임을 가진 수사의 주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경찰의 영장 청구권에는 반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도입에는 찬성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검찰 쪽 조정안에 손을 들어 준 셈인데, ‘검찰의 문제점을 개선한다며 더 큰 조직인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면, 기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는 논리에서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변호인으로서 무죄를 주장하게 되는 형사사건의 상당수가, 그 주장의 이유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보다는 경찰의 부실 수사이기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 어느 쪽에도 접점이 없는 변호사들은 검찰 쪽 역성을 약간 더 드는 편이다. 법조계 전문지인 ‘법률신문’의 기사를 보더라도 현직 법조인들이 죄다 최종 합의안에 대해 ‘경찰권이 견제받지 않을 것이 우려 된다’는 식의 평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국민의 인권 보장 및 공정한 수사권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조정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경찰과 검찰의 이해 관계가 아닌 국민들의 인권 보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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