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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변호사] ‘로맨스는 별책부록’ 학력 낮춰 취업한 이나영, 법적 문제 있나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종종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요. 이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입니다. 드라마 영화 속에는 우리 삶과 닮아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됩니다. 그만큼 삶이 법과 아주 밀접해 있다는 걸 뜻하죠.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들과 함께 생활 법률 상식을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경력단절 여성인 이나영의 취업 고군분투기를 그립니다. 이하 tvN 제공

tvN 주말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경력단절 여성’의 고군분투기를 그립니다.

주인공 이나영(강단이)은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하던 이였습니다. 명문대 출신에 졸업 전 유명 광고 회사 입사해 유망한 카피라이터로 인정받았고 결혼한 뒤 예쁜 딸도 낳았죠. 육아와 집안일 때문에 잘나가던 회사를 떠나 전업주부로 살던 그는 이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이혼 후 홀로서기에 나선 이나영은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다시 직장을 절박하게 구했지만 ‘고학력자’에 ‘경력단절 여성’인 그를 쉽게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죠. 오히려 그를 집에서 놀다 온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면접장에서 마주친 한 구직자는 “요즘 20대 취업도 힘든데, 아줌마 같은 사람들 때문에 더 힘들다”며 이나영에게 성토하기도 합니다.

이나영은 우연히 지인인 이종석(차은호)이 편집장으로 재직 중인 겨루출판사의 채용 공고를 보고 다시 입사에 도전합니다. 해당 업무는 다른 사원들의 업무를 돕는 ‘잡일 담당’이었습니다. 고학력자였던 이나영은 자신의 학력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두려워 오히려 학력을 ‘고졸’로 낮추고 경력도 숨긴 채 면접을 봤고, 결국 입사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를 안 이종석은 이나영에게 ‘허드렛일’이라며 입사를 말렸지만 이나영은 오히려 독기 품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나영은 “1년 동안 경력직 구하는 곳 다 지원해봤지만 ‘경력단절 여성’은 아예 안 뽑았다. 내가 노는 동안 세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 안 놀았다. 살림이 뭔지 알아? 인내, 희생, 간절함을 다 배우는데 왜 살림이 스펙이 안 되느냐”며 경력단절 여성의 슬픔을 표현하죠.

이렇듯 이나영은 회사를 속여 입사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나영의 취업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어찌 될까요. 이나영이 학력을 속여 입사한 사실이 들통난다면 회사는 이나영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 의견-오동현 변호사(법무법인 은율)

드라마에서와 같이 이나영이 대졸 학력과 결혼 전 회사 근무 경력을 모두 숨긴 채 입사를 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위장 취업으로써, 자신의 진실한 경력이나 학력을 숨기고 취업을 하는 형태입니다.

위장 취업의 전형적인 사례는 1970년대 노동운동을 목적으로 자신의 대학 졸업 사실 등을 감춘 채 생산직 근로자로 입사를 하는 경우였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회사를 속인 것이라며 업무방해죄를 인정하곤 했습니다. 즉, 허위의 학력과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를 작성해 채용 시험에 합격했다면, 이는 회사의 근로자로서의 적격자를 채용하는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판례는 단순히 대학 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이력서에 대졸 사실을 적지 않는 등 학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학력을 허위기재해 취업한 경위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드라마 속 이나영 역시 이런 기준에 따른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결혼 전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의 경력 단절로 인해 매번 면접에서 떨어지기만 하고, 도리어 경력 단절을 이유로 “집에서 놀기만 했다”는 비난까지 받아야 했던 그로서는 학력과 경력을 적지 않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겨집니다.

드라마 속 이나영과 같은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재취업제도가 더욱더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tvN 제공

오히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이나영 같은 경력단절 여성의 눈물겨운 재취업 성공기에 대해 업무방해죄의 성립여부를 검토할 것이 아니라, 재취업을 보다 활성화하는 방향일 것입니다. 이에 정부도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위해 법까지 만들며 나서고 있고, 특히 고용촉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직업지도와 상담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니 보다 유심히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오동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은율 △노무, 국토교통 △노무사 △국토교통부 자문변호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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