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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모은 편지들, 감동으로 엮어…‘편지 왔읍니다’

“편지요, 편지 왔읍니다!”

인터넷 메일이 전보보다 빨리 전달되면서 손편지며 집배원은 이제 먼나라 얘기 쯤으로 치부되는 시대가 됐다. 수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꼭꼭 눌려쓴 손편지를 압도하면서 기다림이나 감동은 애저녁에 글러 먹게 됐고, 초고속통신망으로 속도전으로 전해진 개인사는 의무 방어전처럼 일상의 정감마저 상쇄해 버리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돌아 촌로에게 땀을 훔치며 아들의 편지를 웃으며 전하는 모습은, 이제 근대사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됐다.

이 아련한 추억을 들춰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베이비부머인 1958년생 박종필 SBS 남북교류협력위원장이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69년부터 1987년까지 은사, 그리고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원본 그대로 엮어 <편지 왔읍니다>(흔들의자, 200쪽, 1만8000원)를 발간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정치적으로는 독재와 민주화 과정, 경제적으로는 성장과 발전을 동시에 이룬 압축의 시대를 지켜봐 왔다. 책에서는 이 시기 성장한 평범한 시골 출신의 청년이 상경해 고향의 스승과 친구에게 써 내려간 젊은 날의 고민과 방황을 엿볼 수 있다.

부모가 된 ‘읍니다’ 세대와 ‘습니다’를 배운 젊은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이 책은 아날로그 감성의 손편지를 원본 그대로 들여다봄으로써 40~50년 전 ‘타임캡슐을 열어보는 느낌’을 들게 한다.

16절 낡은 갱지에 담긴 첫사랑과의 연애편지, 편지와 함께 동봉된 월계수 잎에 깃든 감성, 힘든 군 생활 에피소드 등은 옴니버스 흑백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편지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1960~1970년대 사용된 우표, 편지지, 봉투, 전보, 엽서, 카드 등 시대적 우편유물이 현대 감각의 디자인으로 편집돼 감상할 것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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