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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ing] 이대은은 까칠하다?…캠프에서 깨져버린 몇 가지 편견들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 왔다. 국가대표에 뽑혔고 고교 시절 미국에 스카우트 될 정도였으니 잘 하겠거니 하지만 실질적으로 KBO리그에서 어떻게 통할지는 확신할 수가 없다. 사실 지금은 야구 실력보다 외모가 먼저 보인다. 공을 던져도 ‘잘 생긴 피칭’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다. KBO리그 데뷔를 준비 중인 새 투수 이대은(30·KT)은 아직 이런 시선들을 받고 있다.

잘 한다지만 결과는 개막해야 알 수 있을테고, 쏟아지는 인터뷰 속에서도 과연 어떤 선수인지는 충분히 알 수가 없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지 3주로 향해가는 지금,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KT 사람들에게 이대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도 중인 투수코치와 고참 선배, 룸메이트로 함께 생활하는 후배, 구단 업무를 맡은 홍보팀장의 시선을 통해 이대은을 들여다보았다. 함께 출발하는 시점이라 칭찬 일색일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해외에서 뛰다 온 잘 생긴 투수’에게 모두가 갖고 있던 선입견은 스프링캠프에서 깨지고 있었다.

KT 위즈 제공

■엄청 열심히 한다

이대은에게 국내 에이스 자리를 맡겨야 하는 KT는 무조건 기대를 걸고 있다. 이대은의 책임감과 성실함이 올시즌 KT 성패를 가를 관건이기도 하다.

박승민 KT 투수 코치는 “이대은은 한국에서도 뛰었지만 퓨처스리그였기 때문에 데이터가 많지 않은 투수다. 일단은 본인이 가진 모습을 그대로 봐야 해서 개막할 때까지는 해왔던대로 하도록 크게 관여하지 않을 계획”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모습으로는 저 선수가 왜 국가대표를 했고 좋은 기대를 받고 입단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은은 16일까지 5차례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시작부터 페이스가 너무 좋아 오히려 걱정을 샀을 정도로 첫 스프링캠프를 위한 준비를 완벽히 하고 합류했다. ‘타고’ 현상이 강한 KBO리그 무대 적응 여부는 개막해야 알 수 있지만 전지훈련 전체 일정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현재까지는 기대 이상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코치는 “아직 실전을 하지 않아 자세하고 냉정한 평가는 어렵지만 비시즌에 준비를 굉장히 잘 해와서 캠프 오자마자 첫날 피칭 시작한 뒤 계획대로 굴곡없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일단 커맨드가 좋고 구종도 다양하다”며 “ 1대1로 이야기를 나눠봤을 때도 투구 폼이나 메카닉, 몸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의욕이 아주 넘치는 선수다”고 말했다.

■융화력 좋다

이대은은 고교 졸업후 미국으로 가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고 이후 일본 지바 롯데에서 뛰다 한국으로 왔다. 10년 가까이 외국 리그에서 뛰어 평범하지 않은 전력을 가졌고 워낙 화제 속에 데뷔하다보니 팀워크는 물론 선·후배를 강조하는 한국 특유의 선수단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이대은은 이 부분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지난 3년간 KT 주장을 맡았던 박경수는 일화를 소개했다. 박경수는 “훈련 뒤 숙소로 가는 버스 시간이 매일 다르다. 야수 중에서 엑스트라(보강) 훈련 없는 선수들은 투수보다 스케줄이 일찍 끝나는데 아무래도 야수 쪽에 고참들이 많다보니 투수들이 맞추기 위해 빨리 움직이려고 하는 게 보이더라. 그러지 말고 편하게 할 것 다 하고 가자는 의미로 대은이에게 ‘앞으로 네가 버스 출발 시간 맡아서 정하라’고 한 적 있다. 농담반 진담반이었는데 그때부터 바로 매일 ‘몇시에 들어가겠습니다’라고 꼬박꼬박 책임지고 이야기를 해준다”며 “팀에 스며드는 모습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보인다. 선배들도 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경수는 “볼 때마다 늘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신경쓸 필요가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평소에 외모에 전혀 신경을 안 쓰더라”고 웃었다.

KT 이대은이 스프링캠프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까칠남 아니다

이대은은 태극마크를 단 2017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이미 화제의 중심에 섰다.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시선을 끈 첫번째 이유는 외모였다. 운동선수들의 특징인 털털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보이는 말끔하고 수려한 외모는 그에 대한 또 하나의 선입견이 되기도 했다.

이대은의 전지훈련 룸메이트는 7년 후배 투수 엄상백(23)이다. 입단 뒤 지난해 12월 같이 운동하다 친해진 뒤 이대은이 직접 선택한 ‘방졸’이다. 그 전에는 전혀 서로 모르던 사이였다는 엄상백은 “보기와 전혀 달리 장난을 많이 치고 엉뚱한 매력이 있다. 나랑 코드가 딱 맞다”며 “외모도 그렇고 조용한 성격일 줄 알았는데 같이 지내보니 전혀 아니다. 재미있고 굉장히 유쾌한 형이다. 운동을 진짜 열심히 하는데 끝나고 방에 들어가면 또 게임을 진짜 열심히 한다”고 웃었다.

이대은은 팀내에서 토종 에이스 역할을 맡아야 한다. 신인이지만 경력이 있고 나이는 30세로 KT 어린 투수들을 끌어가야 하는 몫도 맡았다. 엄상백은 “몸관리 하려고 방에 마사지 볼을 사 왔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 같고 야구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한다. 몸이 정말 좋고 공 던지는 폼이 정말 완성형인 것 같아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어깨 부상 전력이 있어 평소에 신경쓰는 것을 알고는 캐치볼을 같이 하거나 던진 뒤 잠깐 찡그리고 있기라도면 괜찮은지 상태를 꼭 체크해준다”고 이미 ‘자상한 좋은 선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콧대 높지 않다

이대은은 구단 입장에서는 마케팅에 활용하기 아주 좋은 선수다. 지난해 강백호에 이어 올해 이대은을 영입한 KT가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선수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사실 구단 직원들은 해외에서 뛴 경력과 차가워 보이는 외모로 인해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대은은 스프링캠프에 이 선입견도 깨고 있다.

이정우 KT 홍보팀장은 “겉으로 볼 때는 자존심이 매우 강할 것 같은 느낌도 있는데 뭘 요청하면 흔쾌히 들어준다. 구단 홍보 영상을 찍을 때도 재미있는 포즈도 취해주면서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준다”며 “말을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질문을 하면 생각을 하고 열심히 대답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동안 노출 빈도가 적어서인지 방송 카메라 앞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면 꽤 순진한 것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구단 내에서도 함께 생활하기 전에 비해 평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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