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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X인터뷰] 키움 박병호 “세대차이 넘고, 작년보다 더 많이 넘기겠다”

키움 박병호가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투산 | 김은진 기자

지난해 박병호(33·키움)의 위력은 대단했다. 부상으로 31경기를 흘려보내고도 시즌 후반 특유의 몰아치기로 성큼성큼 올라선 끝에 43홈런을 때려 홈런 2위로 시즌을 마쳤다. 홈런왕에 오른 김재환(두산·44개)에 불과 1개 차로 뒤졌다.

KBO리그 최초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하고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뒤 미국으로 진출했다가 3년 만에 복귀한 지난해, 홈런왕 경쟁에 모인 시선과 기대를 박병호는 후반기 레이스로 화답했다. 그러나 복귀 첫 시즌에 부상을 당한 아쉬움은 마음 깊이 남아있다.

키움의 2차 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본격적인 실전 모드로 돌입한 박병호는 그 아쉬움을 만회하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았다. 언제나 말을 아끼는 박병호지만 “올해는 무조건 지난해보다는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 목표, 세대차 넘는 캠프

박병호는 “지난해 캠프에서는 오랜만의 복귀를 앞두고 걱정과 불안감이 있었다. 시즌을 치르면서는 팀원이나 분위기 등에서 이 팀에 많이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그런 불안감을 떨치고 들어가기 때문에 선수들과 좀 더 하나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5년을 마지막으로 미국으로 간 뒤 2년 동안 비웠던 키움 선수단에 돌아오자 박병호는 어느덧 고참이 돼있었다. 이번 캠프에서는 더욱 그렇다. 트레이드로 입단한 포수 이지영과 투수 오주원을 제외하면 박병호가 가장 형이다. 박병호는 “막내 선수와 띠동갑을 넘었다. 그들만의 언어와 관심사 등이 다 달라서 이번에 진짜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웃으며 “애들이 나한테 다가오지를 못하는 게 아쉬워서 나도 먼저 말을 걸고 하는데, 솔직히 나도 스무살 때 선배님들한테 말을 못 걸었다. 내가 좀 더 노력해서 어린 선수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시즌 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조금 변화할 생각이다. 박병호는 “작년에는 내가 잔소리를 좀 많이 했는데, 사실 우리 팀이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선수들이 굉장히잘 했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그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 잃지 않고 하면 좋겠다. 혹여나 초반에 작년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더라도 자신감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좀 더 많이 대화하고 잔소리보다는 격려를 해주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키움 박병호가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투산 | 김은진 기자

■좀 더 잘 하고 싶다

박병호는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폼을 조금 교정하고 있다. 선수 본인만 느낄 수 있는 아주 미세한 차이다. 박병호는 “몸쪽 공 대처를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착지할 때 왼발을 살짝 오픈시키려는 건데 보면 눈치채지도 못할 정도의 미세한 변화”라며 “겨울에 준비하던 것을 계속 꾸준히 해보고 있고 연습경기가 시작됐으니 이제 보여야 할 때다. 더 잘 하고픈 마음이기 때문에 보완하기 위해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화제 속에 KBO리그로 복귀한 박병호는 4월 중순 종아리 부상을 당하면서 5월 중순까지 한 달을 쉬었다. 그러나 총 43홈런을 때려 11.4타석당 1홈런으로 전체 타자 가운데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였다. 부상으로 살짝 빗나갔지만 여전한 괴력만은 확인한 시즌이었음에도 박병호는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또 연구하고 있다. 박병호는 “의도치 않았던 부상도 결국은 없어야 한다”며 “지난해 겉으로 보인 성적에서는 좋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더 잘 하고픈 생각이 절실하다”고 새 시즌을 앞두고 몸관리와 함께 새로운 폼을 연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경기 출장이 목표인 이유

박병호는 매년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세운다. 133경기를 뛰었던 2012년과 128경기에 나선 2013~2014년 모두 목표를 달성했다. 미국에 가기 직전인 2015년에는 전경기에 가까운 140경기 출전한 박병호는 지난해 부상으로 113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쳐 목표에 가장 못 미친 채 시즌을 마쳤다. 올해도 제1목표는 같다.

박병호는 “지난해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한국에 복귀하면서 내세웠던 전경기 출장 목표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이게 정말 재미없는 대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144경기 모두를 야구를 잘 하면서 뛰려면 지켜야 할 것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기록이나 성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며 “전경기 출전은 내 신념과도 같다. 전경기를 뛰겠다는 목표로 시즌을 나서야 잘 맞지 않을 때도 슬럼프가 짧게 끝난다. 또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으면 경기도 많이 나가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이름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홈런 기록 역시 결국 전경기 출장과 연결된다. 박병호는 “솔직히 지난해 복귀하면서 35홈런이나 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 50개는 쳐야 히어로즈 팬들이 잘 돌아왔다고 환영해줄텐데, 홈구장이 목동에서 고척돔으로 바뀐 데 대한 질문을 워낙 많이 받으니 초반에는 나도 모르게 야구장이 커보이기도 하고 그런 생각과 부담이 들었다”며 “몇 개 치겠다고 정해놓지 않았는데 50홈런을 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올해는 또 다르지만 지난해보다는 무조건 더 잘 하는 것이 목표다. 전경기를 목표로 더 많은 경기에 나가서 더 많은 홈런을 치고 더 많은 타점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올해도 예년처럼 천천히 시동이 걸릴 것을 각오한 박병호는 전경기 출전을 목표로 시즌 끝을 향해 달릴 계획이다. 박병호는 “공인구가 바뀌었다고 이야기가 많지만 솔직히 장타를 쳐야 되는 타자는 그런 것 관계없이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홈런왕을 4번 했지만 항상 밑에 있다가 여름에 몰아치면서 상위로 올라갔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체력이 한 번 떨어질 때가 있고, 그때 누가 덜 떨어지고 얼마나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나온다. 올해도 나는 그럴 것 같다”고 마음속 숨은 자신감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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