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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칭찬·욕 통달했죠”…비, ‘깡’으로 버틴 연예계 20년

가수 겸 배우 비, 사진제공|레인컴퍼니

“무대 위의 제 모습에 대해 아직도 고민을 많이 해요. 아무리 고민해도 해결이 안 되는 질문이에요. 계속 답을 찾지 못할 바엔,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욕먹는 것에 통달했고 칭찬을 받아도 익숙해진 터라, 배우나 가수로서 늘 솔직하게 행동할 거예요.”

가수 비, 혹은 배우 정지훈 사이서 고민이 많다는 그다. 벌써 데뷔 20년이 훌쩍 넘으니, 청춘스타나 아이돌 수식어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이 생활을 하면 할 수록 연기나 음악이 더 어렵다고 느껴져요. 어릴 땐 그냥 또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맞춰서 하면 됐지만, 지금 이 나이는 어정쩡하거든요. 새로운 걸 개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데, 도전해서 호불호가 갈려도 하는 게 낫다고 봐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7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선언한 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장했다. 그는 영화 전반적인 얘기뿐만 아니라 마흔살을 바라보는 마음가짐, 자연인으로서 고민 등을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자전차왕 엄복동’ 땡볕 아래 자전거 타기, 이범수가 벌주는 줄”

그는 <자전차왕 엄복동>서 일제강점기 아래 조선인 최초 자전차경주 우승자 ‘엄복동’ 역을 맡았다. 이 캐릭터를 위해 하루 8시간 씩 쉴 틈 없이 자전거를 굴렸단다.

“제가 한 모든 것 중 가장 쉽지 않은 작품이었어요. ‘엄복동’이란 인물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부담도 컸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죠. 현장에서 자전거를 탈 땐 ‘내가 왜 이 영화를 택했을까’란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37도 땡볕 아래 해 떨어질 때까지 페달을 굴리는데, 제작자인 이범수와 감독이 제게 벌을 주는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

10여분의 필름이었지만, 이를 준비하려고 국가대표 선수촌까지 입단했다고.

“오랜만에 하는 ‘제 자신과 싸움’이었어요. 선수촌에 입단해서, 코치와 3시간, 촬영하면서 7~8시간씩 꼬박 10시간 자전거를 탔으니까요. 게다가 일반 포장 도로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도로 상태를 재현한 모래판에서 당시 디자인의 자전거를 타야 하니 어려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죠.”

그럼에도 이 작품을 꼭 마치고픈 이유는 하나였다.

“삼시세끼 해결하기도 어려운 그 시절에 경기에서 조선을 대표해 우승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에요? 민중의 속을 정말 시원하게 풀어줬을 텐데, 그 스포츠영웅의 이름 석자만큼은 꼭 알리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간 제 이미지를 다 지우고 ‘엄복동’으로서 비치려고 끝까지 노력했어요.”

■“나이를 먹는 것,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겠죠”

마냥 20대일 것 같았는데, 어느덧 38살이다. 하이틴스타서 톱스타를 거친 그에게 나이는 어떤 의미일까.

“전 나이드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나이 먹는 게 좋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아직 이해를 못하겠어요. 다만 나이가 든다는 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려고요. 희생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40대의 비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고도 했다.

“좀 더 현명해졌으면 좋겠어요. 옳고 그른 것을 잘 파악하고, 어른스럽게 변했으면 합니다. 어릴 적에 판단을 잘못해서 했던 실수들, 어려서 몰랐던 것들, 혹은 객기에 휘둘려서 선택했던 것들을 후회할 때도 있는데, 이젠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예인의 숙명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내비쳤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장난감’ 같은 존재예요. 대중이 절 좋아했던 것도, 당시엔 제가 새롭게 느껴졌고 재밌었기 때문이죠. 이후에 아주 예뻐할 때도 있었고 싫증이 나서 가만히 놔뒀다가 다시 또 절 쳐다보기도 한 거고요. 그래서 연예인으로서 대중에게 욕먹는 것도 수용할 수 있는 거예요. 개인적으론 너무 감사한 지난 20년이었고요. 하지만 이젠 연예인으로서 계속 이런 삶을 살 건지, 아니면 새로운 직업을 택할 건지 노선을 정해야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느껴요.”

‘자연인 정지훈’으로선 언젠가 이 직업에서 멀어질 때가 올 거로 여겨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연예인을 한다는 순간, 대중과 연애를 해야하기 때문에 늘 타이트하게 살 수 밖에 없었죠. 1년에 한 작품이라도 출연하는 순간 365일을 쪼개서 살아야 하니 정작 제 시간을 가질 수도 없었고요. 아침에 눈 뜨면 ‘무슨 기사가 떴지?’라고 마음 졸이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몇 년 뒤면 이 모든 걸 놓아야 하는 시점이 올 것 같아요. 그러면 ‘자연인 정지훈’에겐 낮술도 하고 졸리면 자는 ‘속박 없이 사는 삶’을 선물할 거예요. 20년간 쉼없이 일했으니, 그렇게 1년 정도 쉬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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