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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밟던 1987년도 백골단 아저씨 잘 지내고 계신가요”

현대 노사분규 현장에서 백골단에 의해 연행되고 있는 피 흘리는 얼굴의 노동자.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한 누리꾼이 과거 백골단에게 폭행을 당한 기억을 떠올리며 ‘5·18 망언’을 한 이들을 비판했다.

Happy***란 아이디를 쓰는 한 누리꾼은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87년도 백골단 아저씨 잘 지내고 있습니까’란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87년도 광화문 어느 뒷 골목에서 (백골단이) 내리 찍고 밟아 누른 덕분에 안와골절, 하퇴 복합 골절로 한 해동안 누워지낸 1인이다”며 “수술을 했고 턱을 움직일 수 없어 67㎏ 정도 나가던 체중이 45㎏까지 내려갔었다”고 썼다.

이어 “살면서 죽음과 가장 가까이 가본 한 해였다. 부러진 뼈보다 내부에서 찢어진 근육과 피부가 신발에 짓밟히고 안쪽으로 감염이 일어나 괴사 증상이 있어 뼈 접합 수술을 못하고 피부 조직을 살리는 치료를 했다”며 “수술을 받은 뒤 침대 위에서도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욕창이 생겨 인대가 손상되기도 했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투병 생활을 계속해서 회상했다. 그는 “6개월 만에 병실 복도 끝 창가에서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데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날 흘린 눈물은 회한의 눈물이었다”며 “마지막 눈물은 퇴원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흘렸다. 당시 집이 2층이었는데 계단을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연로하신 아버지 등에 업혀 올라왔는데 아버지 등이 들썩이는 것을 느꼈다. 울고 계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저도 같이 울었다”고 했다.

글쓴이는 “누군가는 정권의 개가 돼 보상을 챙겨 받으면서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그 길 위에 섰던 것일까. 내가 생각했던 애국이 결국 부모님 눈에 피눈물 흘리게 만드는 것이라면 앞으로 애국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렇지만 ‘MB’가 ‘명박산성’ 쌓을 때도 같은 곳에 나섰고, 촛불 때도, 지금도 나서고 있다. 그때 저 스스로에게 했던 ‘왜’라는 질문이 아직 완전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그때 그날 헬멧 너머 잇몸을 드러내고 괴성을 지르며 제가 졸도할 때까지 몸을 찍어 누르던 백골단 아저씨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글을 쓴다”며 “제 생각에 아저씨가 아직도 살아 있고 여전히 인간이 안 돼 있다면 어제 오늘 광화문, 같은 길에서 아까운 태극기 낭비하면서 ‘박사모’ 노릇하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고 했다.

글쓴이는 이 글을 쓴 이유를 하나 더 밝혔다. 그는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망언을 하는 이들 때문이다. 정권의 무자비한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으로 그 분들의 비극과 고통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며 “이 분들의 희생을,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서 광장에서 희생했던 분들의 고귀한 신념을 더럽히는 모든 행위를 참기 어려운 마음에 과거의 경험을 적어 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 분들은 모두 각자 한 사람 한 사람, 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당해서도 안 되는 고통과 비극을 감내하고 이겨내면서 오늘을 만든 의인”이라며 “이 분들의 희생과 역사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더 이상 상처 받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해당 글을 수많은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었고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 삽시간에 펴졌다.

앞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 등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유공자를 두고 ‘폭동’ ‘괴물집단’ 등의 망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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