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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극한직업’ 1600만 돌파의 힘…“재밌는 영화 만들고파”

영화 ‘극한직업’ 제작사 어바웃필름 김성환 대표.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올 상반기 한반도는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신드롬에 휩싸였다. 지난 3일 기준 누적관객수 1602만9818명을 기록하며 1600만 고지도 가뿐히 넘어섰다. 게다가 누적매출액 1369억 5699만736원을 거둬들이며 역대 흥행 1위인 <명량>(1761만5437명, 1357억5350만4310원)을 뛰어넘었다. 그 힘은 무엇일까.

“글쎄요.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현실감 없는 일이라 얼떨떨합니다. 예전 다른 영화들이 ‘천만’ 스코어를 넘길 땐 ‘어떤 영화길래 이러나’란 생각이 들었는데, 오히려 제게 이런 일이 벌어지니 무감각해지는 모양이에요.”

최근 ‘스포츠경향’은 <극한직업>을 제작한 어바웃필름 김성환 대표를 만나 영화 제작에 관한 얘기부터 제작사의 철학, 영화인으로서 꿈 등을 들었다. 선한 인품이 단어 하나하나에도 묻어나는 김 대표에게서 영화 흥행의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다음은 김성환 대표와 일문일답>

- 매출 역대 1위를 달성했어요. 기분이 좋은 만큼 부담도 클 것 같은데?

“무겁고 버거운 게 사실이에요. 이런 일을 어떻게 감당해야할까 싶기도 하고요. 그저 기존에 잡은 영화 라인업과 감독들을 믿고 평소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극한직업> 시나리오를 이병헌 감독에게 제안한 이유가 있다면요?

“제가 아는 감독 중 코미디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시나리오도 참 좋았지만, 이병헌 감독이 자신의 리듬과 색을 잘 버무려 영화의 맛을 살려낸 것 같아요.”

“이 감독이 <과속스캔들> 각색에 참여할 때부터 10년간 긴 인연을 이어왔는데, 오랫동안 지켜본 이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요?

“따뜻하고 여린 분이에요. 배우나 스태프 하나하나 신경쓰고 최대한 배려하는 편이죠. 친절하게 먼저 다가가거나 표현을 잘 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애정을 많이 쏟더라고요.”

-영화가 호평 일색이었는데, 관객 반응은 봤나요?

“제가 소심해서 아직 보진 못했어요. 댓글이나 반응을 쫙 모아서 보려고 마음은 먹고 있죠. 주변 사람들이 전해주긴 하는데, 그런 칭찬을 들으면 참 보람 있고 제가 다 뿌듯해지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산후우울증 걸린 주부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우울한 걸 다 잊었다’고 한 평이었는데, 그런 얘길 들으니 진짜 기뻤어요.”

-광고대행사서 일하다 영화제작으로 전직했는데, 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있었죠. 하하. 전직한지 3년이 됐을 때 심각하게 고민했었어요. 영화는 잘 안 되고, 인간관계로 힘든 시점이었거든요. 그만둘까 고민할 때 당시 제작사 팀장이 절 말렸어요. 저 역시 다시 돌아가려고 하니 이 일에 미련이 남았고요. 그때 다시 마음을 정한 다음부터는 한번도 제작에 뛰어든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그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기대작이 아니었는데도 작업을 잘 일궈서 흥행했을 때 감독이나 배우들이 고맙다고 하면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당시 신인 감독들이 많았는데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 볼 때에도 ‘내가 잘 살아왔구나. 운도 참 좋았다’란 생각이 들어요.”

-앞으론 어떤 영화를 제작하고 싶나요?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영화를 보러 나오는 것 자체가 큰일인 사람들도 많잖아요. 시간이나 비용, 영화를 보러오는 노력에 헛되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좀 더 즐겁고 감동 하나라도 얻을 수 있는 작품이요.”

-그렇다면 ‘좋은 영화’란 어떤 것일까요?

“같은 맥락일 거예요. 관람하는 두시간 동안 재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게 ‘좋은 영화’ 아닐까요. 또 다른 영화의 감독이나 작가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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