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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앞 ‘게임·e스포츠’ 키우기…SK텔레콤 이번엔 열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컴캐스트 스펙타코어’ 터커 로버츠 e스포츠 총괄이 파트너십 체결 후, e스포츠 구단 ‘T1’ 유니폼을 입고 손을 맞잡고 있다. |SK텔레콤

국내 통신사들이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빠르게 확산시키기 위한 킬러 콘텐츠로 ‘게임’을 선택한 가운데, 업계 1위 SK텔레콤의 광폭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은 ‘MWC 2019’ 개막 전날인 지난달 24일, 자사의 e스포츠 팀인 ‘T1’을 e스포츠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 ‘컴캐스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국내 대기업이 ‘e스포츠’ 전문기업 설립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양사는 2억명에 육박하는 전 세계 e스포츠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e스포츠팀 공동 운영 △콘텐츠 공동 제작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MWC 개막을 앞두고는 넥슨과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버블파이터>의 IP(지식재산권)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이를 활용한 5G 스마트폰용 VR 게임을 상반기 출시, 자사 5G 가입자들에게 독점 공급하거나 차별화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또 지난달 28일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인 싱텔과 게임 및 e스포츠 사업 영역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로 정의되는 5G의 특성을 이용자들에게 빠르게 체감시키기 위해 KT와 LG유플러스 역시 게임을 내세웠지만, e스포츠까지 아우른 SK텔레콤의 행보는 유독 돋보인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에 비해 확실한 강점이다. 특히 세계 최고의 인기 e스포츠 구단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탁월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결국 꾸준한 투자와 경영진의 관심이 이어져야 결실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굳이 단서를 붙인 이유는 SK텔레콤이 전세계 누구보다 관련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과거에 수차례 놓쳤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예컨대, SK텔레콤이 2004년 창단한 T1의 경우 ‘해외에서 SK텔레콤은 몰라도 SKT T1은 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때문에 T1을 활용한 글로벌 사업의 필요성이 e스포츠 업계에서 꾸준히 제안됐지만 회사 차원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최근까지 없었다는 평가다.

롤드컵에서 SK텔레콤 T1을 응원하는 유럽 e스포츠팬. ‘해외에서 SK텔레콤은 몰라도 SKT T1은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T1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SK텔레콤은 직접 게임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한때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컴즈를 비롯해 그룹내 4개사가 경쟁적으로 게임사업을 진행했지만 초기의 의욕과 달리 성과를 내지못하자 결국 흐지부지 정리됐다.

2000년대 중반, 지금 가치로 보면 상당히 헐값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도 알려진 얘기다. 세계 최고의 개발사로 성장한 블리자드를 당시 SK텔레콤이 인수했다면 분명 전세계의 게임의 역사가 달라졌만한 일이다.

이처럼 번번히 기회를 잡지 못한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업이 워낙 잘나갔던 때문이란 것이 IT업계의 시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업이 꾸준히 성장하던 과거에 부가 사업은 액세서리일뿐, 굳이 힘들이지 않아도 될 분야였을 것”이라면서 “SK텔레콤에게 뼈아픈 역사가 된 싸이월드나 멜론도 결국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보다 수년 앞서 등장한 원조 SNS 싸이월드는 적기에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쇠락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 국내 음원 플랫폼 점유율 1위인 멜론은 당초 SK텔레콤이 만들었지만 지난 2013년 공정거래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매각했다. 멜론 매각 이후 음원 시장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렸던 SK텔레콤은 최근 ‘플로’를 통해 재기를 도모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가입자 수를 늘려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과거와는 시장 상황이 다르다”며 “5G 서비스 경쟁에 대한 절박함이 있는 만큼, SK텔레콤의 게임·e스포츠 드라이브는 과거와는 다른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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