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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삭발 열연 이재인 “‘사바하’ 여운 깊은 작품, 흥행 얼떨떨”

영화 <사바하> 이재인 인터뷰/김정근 선임기자

이제 겨우 16살이다.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서 주인공 금화와 ‘그것’을 연기한 배우 이재인은 나이가 느껴지지 않은 열연으로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첫 상업영화 주연이라 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이름을 내걸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기도 했고요. 감독이 생각하는 ‘그것’의 이미지와 제 생각을 조화롭게 섞는 작업이 어려웠지만, 나름 즐거웠어요. 게다가 개봉하고 많은 관객이 좋아해주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행복해요.”

이재인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진지한 고뇌와 학생다운 귀여운 고민들을 털어놨다. 성숙한 생각에 감탄하다가도, 소녀다운 풋풋한 이야기에 웃음이 터졌다.

■“제2의 박소담? 정말 좋아하는 배우”

장재현 감독이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박소담을 발굴한 터라, <사바하>로 조명된 이재인에게 ‘제2의 박소담’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박소담 선배는 참 좋은 배우고 멋있다고 생각해요. <검은 사제들>은 물론, <경성학교>까지 모두 봤거든요. 그런 배우와 같이 언급되니 뿌듯하기도 하고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이재인으로도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땐 초등학교 6학년, 이 심오한 세계관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상징이나 어려운 용어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그걸 다 알아야 영화 속 상황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감독에게 전부 다 물어봤어요. 유튜브로도 찾아보고요.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려 했어요.”

게다가 연기력으론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이정재, 박정민, 이다윗 등이 총출동해 긴장이 많이 됐단다.

“제일 걱정이었던 건 ‘금화’라는 좋은 캐릭터를 제가 다 소화할 수 있을까였어요. 다행히 현장에서 선배들이 많이 배려해주고 도와줬어요. 배운 것도 많았고요. 특히 박정민 선배는 카메라만 돌면 ‘나한’ 역에 몰입하는데, 그 에너지가 확 와닿더라고요. 개인적으론 묶여있다가 ‘언니도 죽여달라’고 말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게 꽤 어려웠는데, ‘네가 금화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박정민 선배 조언 한마디에 바로 눈물이 쏟아졌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죠.”

영화를 위해 삭발도 마다하지 않았다. 굉장한 용기라고 하니 고개를 내저었다.

“오래 고민하지 않았어요. 10초 정도 생각했는데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결론이 나왔고요. 삭발할 땐 막상 슬프진 않았어요. 그냥 신기한 정도? 이왕 삭발하는 것, 내 머리니 직접 밀어보자는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의 중요한 요소라서, 후회되거나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고요. 다만 눈썹까지 밀고나니 조금 심란하긴 하더라고요. 하하.”

개봉 이후 주변의 반응도 뜨겁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들이 티켓 인증 사진을 많이 보내줘요. 그러면서도 ‘네가 그 빡빡이야?’라고 묻더라고요. 하하. 또 여동생은 영화가 참 슬펐다며 엉엉 울더라고요. ‘언니가 언니 같지 않아’라고 했는데, 최고의 칭찬인 것 같아 고마웠어요.”

■“사춘기 지난 평범한 중3이에요”

평소 성격에 대해 묻자 입가에 수줍게 호선을 그렸다.

“사춘기가 지난 평범한 중3 학생이에요. 가끔 반항심도 생기고요.”

사춘기가 지난 걸 느끼느냐고 놀라워하니,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1 무렵 사춘기가 왔어요. 감정기복이 정말 컸거든요. 신나게 지내다가도 갑자기 우울해져서 주변 사람에게도 까칠하게 굴었어요. 대학 진학부터 미래 내 자식 걱정까지, 고민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했거든요. 하하. 그런데 그런 시기를 지나와서 제 지금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사춘기가 지났가도 해서 엄청 성숙해진 건 아니고요.”

연기와 학업을 어떻게 병행해야할지도 요즘 생각하는 주제란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학업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봐요. 배우로서나 인간적으로도 기본적인 지식은 필요하니까요. 캠퍼스물을 찍을 수도 있으니, 대학 진학도 놓치고 싶지 않고요.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학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평생 연기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나이에 맞는 단계를 밟고 싶다는 소망도 꺼내놨다.

“지금은 연기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나이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도 순차적으로 알아가야 하고요. 언젠가 연기에 스스로 만족한다면 ‘좋은 배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요즘 유명해지는 걸 실감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이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늘 때마다 좀 실감해요. 자고 일어나면 쭉쭉 늘어나 있어서 깜짝 놀라거든요. 한편으론 걱정도 되고요. ‘이렇게 SNS를 하는 게 괜찮나’란 생각도 들고요. 앞으로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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