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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커쇼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게티이미지코리아

지금으로부터 딱 10년전이었던 2008년 3월 9일, 가슴에 적힌 다저스 글씨처럼 새파랗게 어린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보스턴과의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등판이었다. 볼카운트 1-2에서 보스턴 좌타자 션 케이시를 상대로 투구했다. 공은 케이시의 머리를 향하는 듯 하다 뚝 떨어지면서 무릎 근처를 통과했다. 케이시는 움찔하며 공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심판의 손이 올라갔다.

경기를 중계하던 ‘다저스의 목소리’ 빈 스컬리는 그 순간 “오, 이런 커브볼이라니. 세상에나. 지금 방금 ‘공공의 적 1호’가 뚝 떨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10년 동안 새파랗게 젊은 투수는 ‘공공의 적 1호’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커브와 함께 다저스의 에이스, 아니 메이저리그 전체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류현진의 동료 클레이튼 커쇼(31)다.

커쇼는 두말할 것 없는 리그의 에이스였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시즌 동안 사이영상을 3번이나 따냈고 모두 사이영상 투표 5위 안에 올랐다. 2014시즌에는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다. 통산 평균자책 2.39는 커쇼를 현역 최고가 아닌 역대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게 만든다.

하지만, 커쇼와 함께 했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제 커쇼의 시대가 가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기 시작했다.

커쇼의 ‘하락세’는 지난시즌 매우 뚜렷했다. 시속 94마일(약 151㎞)을 오르내리던 속구의 평균구속이 지난 시즌 91.4마일(약 147㎞)로 뚝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트렌드 변화이기도 하지만 속구의 구위 하락은 커쇼로 하여금 속구 구사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데뷔 초기 70%가 넘었던 속구 구사 비율은 구속이 떨어진 지난 해 41%로 급감했다. 대신 슬라이더 비율이 41.9%로 속구보다 더 많았다.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면서 삼진 비율이 줄고, 장타를 많이 허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9이닝당 10개를 기본으로 넘겼던 삼진 비율은 지난해 8.65개로 뚝 떨어졌다. 류현진의 9.7개에도 모자란다. 커쇼는 상대타자의 장타율을 2할대로 묶는 리그 최고의 ‘장타 억지력’을 가진 투수였지만 이 마저도 지난해 0.366까지 높아졌다. 류현진의 지난시즌 피장타율은 0.362였다.

등 통증과 어깨 통증이 반복되면서 ‘건강’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커쇼는 2014년과 2016~2018년 모두 고질적인 등 통증 때문에 부상자 명단에 오른바 있다. 건강하게 복귀해 제 몫을 했지만 반복되는 통증은 좋은 신호는 아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어깨 통증을 느끼면서 실전 등판이 늦춰지고 있다. 커쇼는 지난 12일 불펜 피칭을 다시 시작했고, “느낌이 좋다”고 밝혔다.

다저스는 지난 겨울 커쇼와 3년 93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커쇼가 원래의 커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커쇼의 시대는 이대로 저물어가는 걸까. 2019시즌 커쇼의 개막전 선발 등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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