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 ‘고전은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intro

‘북톡카톡 시즌2’의 히로인 홍선애. 그녀의 직업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다. 경제와 건강, 그리고 교양 분야가 그녀의 전문영역이다. 방송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카메라 앵글 밖에서의 홍선애는 어처구니없을 만큼의 고지식함과 독서에 관한 한 가장 순수한 열정을 가진, 조금 엉뚱한 청춘이기도 하다. 톡방의 주인장 김성신의 직업은 출판평론가다. 방송과 강연, 집필 등 온갖 수단을 통해 책의 흥미로움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그는 늘 재미를 찾는다. 책에 관한 격 없는 수다를 서평으로 기록해 보자는 ‘북톡카톡’ 칼럼도 그의 아이디어다. 책읽기가 연애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아가씨 홍선애. 꽃중년을 자처하는 수다쟁이 아저씨 김성신. 두 사람의 즐거운 책 수다, 북톡카톡 백스물네 번째 이야기는 <다시 읽은 고전>(김경집 지음 / 학교도서관저널)이다.

다시 읽은 고전 표지

성신:내가 대학에서 수업하고 있는 강좌명이 뭔지 알려줄까?

선애:출판 전문가시니 출판학? 근데 그렇게 뻔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성신:‘4차산업혁명과 고전 읽기’ ㅋㅋㅋ

선애:오! 최신의 것과 최고의 것을 융합한 거네요. 수업 준비하시기 엄청 어렵겠어요.

성신:내가 수업 첫 시간에 이렇게 말해. “나는 여러분이 존경스럽다. 이런 재미없는 제목의 강좌를 수강 신청하다니! 나 같으면 절대 신청 안 한다!”

선애:ㅎㅎㅎㅎㅎ 그래도 선생님이시니 재미있게 수업하실 듯.

성신:우선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 우리는 고전의 ‘목록’에 대해, 말하자면 Gate Keeping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선애:아!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고전’이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책일 뿐이지. 영구불변으로 확정돼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 우리가 목록에서 빼버리면 더 이상은 고전으로서의 자격을 유지할 수 없겠네요. 고정 관념을 흔드는 아주 좋은 지적이네요.

성신:선애에게 칭찬받으니 좋군! ㅎ 아무튼 그러하니 우리에겐 고전을 재검토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말하지,

선애:‘4차산업혁명’과 ‘고전 읽기’는 어떻게 연결하세요?

성신:‘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에 쫄지 말자고 이야기해.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엄청나게 많이 변해서, 우리의 삶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아도 된다고 말이야.

선애:‘4차산업혁명’ 그 이후의 삶은 신만이 아시겠죠.

성신:사물 인터넷+소셜네트워크+AI+빅데이터 기타 등등이 다 합쳐져서 만드는 변화라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어? 인터넷이 대중화된 것이 30년이지만, 대체 그 이후 무엇이 얼마나 변했는지 우리는 아직도 모르거든.

선애: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인데도 모른다고요?

성신:응. 난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 가령 이런 예를 들어보지. 지금 난리가 난 정준영 사태만 해도 그 근원을 찾다 보면, ‘성적 대상화’ 같은 키워드를 뽑을 수 있는데, 이런 저급한 ‘젠더 인식’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겠어? 이건 어릴 때부터 ‘포르노로만 성을 배운 탓’이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지. 그럼 포르노가 우리의 일상 속에 이렇게 깊이 파고들어 올 수 있었던 배경이 뭘까? 바로 인터넷이잖아.

선애:그러니까 말씀하시고 싶은 논점은, 인터넷으로 인해 오늘날 젠더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졌는데, 이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는 뜻이죠? 인터넷이 등장하던 시대는 물론이고, 최근까지도.

성신:그렇지. 그렇다고 이미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된 인터넷을 못 하게 할 수도 없으니, 문제가 심각한 거지. 아무튼 인터넷이라는 기술 하나만 놓고도 이런데, ‘4차산업혁명’ 이후에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짐작이나 하겠어. 그러니 맨날 로봇에게 일자리 다 뺏길 거란 소리나 무한반복하고 있는 거지. 두려움에 떨면서.

선애:안 보이는 게 제일 무섭잖아요. 그나저나 그래서요? 이런 상황에서도 고전을 읽으면 뭔가 보이나요?

성신:변하는 것은 안 보여! 이럴 때는 변하지 않는 것을 봐야지.

선애:변하지 않는 것? 아! ‘고전’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다 기록돼 있군요.

성신:ㅎㅎㅎㅎ 이제 알겠지? 수백 년, 때론 수천 년 동안 온 세상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책들이 ‘고전’이라는 지위를 얻을 수 있었을 테니까. 고전에는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가 기록돼 있는 거지.

선애:쉽게 말해서, 인간의 세상에서 절대 변하지 않았던 것들을 확인하고, 그것을 알고 있으면, 변하는 세상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성신:홍수가 나서 강물에 모든 것이 다 떠내려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고. 그 격류에 나도 떠내려가고 있고 말이야. 그런데 살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선애:움직이지 않는 것을 찾아 붙들어야겠네요. 고전은 강 한가운데 버티고 있는 바위와 같은 거군요.

성신:이해가 되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 바로 그게 지금 같은 혁명의 시대에 유일한 살 길이라는 거야.

선애:완전 이해돼요! 끝내주는 비유와 설명이네요.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를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납득시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역시 선생님 최고!

성신:아니야! 내 위에 진짜 고수가 있어!

선애:누구요?

성신:김경집 교수! 최신작 <다시 읽은 고전>을 한번 읽어봐! ^^

선애:아! 김경집 교수님! 전작인 <고전, 어떻게 읽을까?>에서 ‘도발적인 나만의 고전 해석을 시도해 보라’고 하셨었죠. 정말 제 머리통을 확 잡아 돌려놓는 것 같은 책이었는데. ㅎㅎ <다시 읽은 고전>도 엄청 기대돼요.

성신:완전 강추! 고전의 존재 이유와 고전의 독법을 이만큼 잘 설명하는 책이 또 있을까 싶어. 이번 책에서는 고전을 ‘나의 시간’에 따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읽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선애:고전 독법 실전편이군요.

성신:나는 <삼국지>를 20대부터 시작해서 10년 정도의 주기로 반복해서 읽었거든. 읽을 때마다 완전히 다른 책이더군. 진짜 신기했지.

선애:어떻게 다르던가요?

성신:나이든 유비가 제갈공명에게 자신의 왕위를 물려주려는 장면 있잖아. 내가 어릴 땐 그 장면을 유비의 엄청나게 훌륭한 인간성으로만 읽었거든. 근데 40대에 다시 읽으니 완전히 반대로 해석되더라고.

선애:반대로요? 유비가 안 훌륭하게?

성신:응! ‘왕위를 신하인 너에게 넘기겠다’는 유비의 그 발언은 아들을 살리기 위한 일종의 꼼수일 수도 있겠더라고…. 세상 물정 대충 알게 된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더라는 거지.

선애:오호! 왜요?

성신:생각해 봐. <삼국지>에 그 이야기가 다 실려서, 지금 우리까지 알고 있는 이야기라면 그 발언을 몰래 한 것이 아니잖아? 다른 신하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그 소리를 한 거지. 그럼 똘아이가 아니고서야 그 앞에서 어떻게 승낙을 해? ‘오우! 생큐 유비! 대신 맛있는 거 사줄게’ 그러나? ‘아이쿠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드님은 제가 지켜줄게요’라고 할 수밖에 없지.

선애:아! 유비의 입장에서는 사후의 쿠데타를 미연에 방지하는 전략일 수도 있겠어요.

성신: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쓴 거지. 삼국통일의 대업을 포기하는 대신에 말이야.

선애:결국 위나라에서 사마 집안이 쿠데타를 일으켜 세운 진나라가 훗날 그 대업을 이루는 것도 의미심장하네요. 선생님의 해석이 훨씬 현실적이에요.

성신:40대가 되니 똑같은 <삼국지>가 ‘동화’에서 ‘자기계발서’로 저절로 변하더라고. ㅋㅋ

선애:저는 <아기공룡 둘리>를 어른이 돼서 다시 읽어보니, 고길동 아저씨가 변하셨더라고요. 어릴 때 나쁜 아저씨이기만 했는데, 제가 커서 보니 고길동은 엄청난 피해자이자 짠한 가장이더라고요. ㅋㅋㅋ

성신:맞아 맞아! 둘리는 어이없는 개매너 공룡!

선애:ㅋㅋㅋㅋㅋㅋ

성신:그러니까 고전이란 박물관의 공룡화석이 아니라 살아 있는 티라노사우르스인 거야.

선애:죽은 화석을 만드느냐, 살아 있는 티라노를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고전을 읽고 있는 지금의 우리의 선택인 것이고요.

성신:무엇보다 고전을 다시 읽으면,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가늠할 수 있어.

선애:아! 그렇네요. 내가 성장했기 때문에 같은 책이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니까요. 그것을 확인해 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겠어요.

성신:때로는 남들이 고전이라고는 별로 인정하지 않는 책을 내가 다시 읽고는, 그 가치를 발견해서 세상에 떠드는 거야! 그래서 새로운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는 이런 장난도 재미있을 것 같아.

선애:만일 그런 것을 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인류사적인 업적인 거네요. 후손들은 그 책을 고전으로서 열심히 읽어갈 테니까 말이죠. 범인류사적 장난이라니, 스케일이 장난 아니네요.ㅋ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