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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메워야 하는데…감정의 골도 못 메우는 ‘이용규 파문’

한화 이용규. 이석우 기자

트레이드를 요구한 이용규(34·한화)의 거취 문제가 예상대로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용규가 당장 새로 둥지를 틀만한 팀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도 이용규의 공백을 메워야한다는 숙제를 당장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키를 쥐고 있는 한화 역시 개막 전에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하면서 사태가 조용히 마무리되긴 어려워 보인다.

한화는 이용규가 다시 1군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스프링캠프 때부터 테스트하던 외야자원 중 한 명을 좌익수 자리에 쓸 예정이다. 현재 양성우와 장진혁, 김민하 등이 돌아가며 기용되고 있다. 고등학교 때 내야수로 뛰었던 신인 유장혁도 스프링캠프 전부터 외야수로 전향해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우투좌타에 힘과 스피드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 장진혁이 지난 18일 현재 9타수 4안타(타율 0.444)에 3타점을 기록하며 돋보이고 있다. 2군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민하도 타율 3할8리를 기록중이다. 양성우는 시범경기 타율은 저조(0.167)하지만 6경기에서 4타점을 기록했고 캠프 때 체중을 감량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코칭스태프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 이 대체자들이 이용규가 빠졌을 때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측정한 이용규의 지난해 공격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1.84였다. 한화 선수들 중 세번째로 높았다. 반면 반면 양성우(-0.12), 장진혁(-0.20), 김민하(-0.49)는 모두 지난해 공격 WAR이 마이너스에 그쳤다. 한화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호성적을 거뒀음에도 타선이 강력하지 못했던 점을 미뤄보면 후보군들의 공격력 향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용규도 현실적으로 다른 팀 이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한화가 이용규가 팀에 남도록 설득하는 방법을 쉽게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구단 입장에서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주전 외야수로 쓰려고 구상했던 선수가 갑작스레 이적 의사를 표했다는 점이 좋게 보일리는 없다. 시범경기를 치르는 선수단이 아니라 서산에서 따로 훈련하는 육성군에 보내며 이미 한차례 ‘강경 대응’을 했고, 이용규도 구단 측에 섭섭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공개되지 않은 또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무엇이 원인이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상황이 봉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19일 “여전히 이용규 트레이드 요청과 관련해 후속 조치를 내부 검토하고 있다. 개막도 다가오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용덕 감독도 “더 이상 관련해 말할 것이 없다. 프런트의 처분만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용규도 별다른 입장을 여전히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구단이 사태 해결 속도에만 치중하고 있어 잡음 없는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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