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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터뷰] “남자 없인 살아도 고양이 없인 못 살아” 김남희의 유별난 체리 사랑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남희가 13일 서울 성동구 행당로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에서 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자신을 5년차 집사라고 소개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남희(30)가 반려인이 된 건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SBS스포츠 근무시절 우연한 기회에 유기묘 체리를 만났고 체리는 심지어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 안쓰러운 마음에 임시 보호를 자처한 것이 지금의 인연이 됐다.

김남희는 “임시 보호하고 있던 상태였지만 당시 임신한 고양이를 분양받기 모두 꺼려 했다. 결국 두 달 만에 출산 시기가 다가왔고 다섯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낳았다”며 “내가 직접 실로 탯줄도 끊어 보고 생명 탄생의 신비를 지켜봤다”고 했다.

집사가 된 지 두 달 만에 출산을 직접 목격하고 이후 케어까지 돌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그래도 체리에게 고마운 점이 있었다. 그는 “원래 동물들이 자신의 출산 과정을 보여주기 꺼리지 않나. 체리는 출산 모습을 나에게 직접 다 보여줬다”며 “그만큼 나를 신뢰한다는 느낌이 들어 감동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체리는 다섯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모두 순산했다. 모두를 보살핀 뒤 적정한 시기에 입양을 보냈다. 자신이 직접 반려묘 관련 카페에 글을 올리고 까다로운 조건의 면접도 봤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남희가 13일 서울 성동구 행당로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에서 사무실 반려묘 ‘방울이’를 달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그는 “체리와 새끼들을 한 데 놓고 스튜디오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어마어마하게 예쁘게 나왔다”며 “사진을 보고 입양자들이 몰려들어 약간의 ‘갑질’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초보 집사인 그는 체리와의 본격적인 동거가 시작되자 공부에 돌입했다. 온라인 카페, 서적, 방송, 직접 질문 등 닥치는 데로 흡수했다. 무엇보다 최근 종영한 스카이펫 교양 프로그램 <팻과사전>을 진행하며 큰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직접 맡으면서 체리를 직접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었다”며 “반려동물 프로그램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동물들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바꾸는 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세이프펫 챌린지에 등장하는 유기동물들의 사연에 항상 가슴아팠다고도 했다.

길고양이나 유기동물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 지 고민하면서 둘째 반려묘 입양도 미루고 있다. 그는 “동물이 살기 좋은 세상이 사람도 살기 좋은 사회”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 나라도 조금씩 동물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문나래 네이버 해피빈 리더(왼쪽부터), 최유록 skyTV 팀장,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 오광훈 skyTV 본부장, 김남희 아나운서, 신재형 skyTV 콘텐츠 센터장이 13일 서울 성동구 행당로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세이브펫챌린지’ 기부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어엿한 중급 집사가 된 김남희는 체리에 대한 자랑을 쉴새 없이 늘어놨다. 그는 “체리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다. 가족들과 있어도 체리는 나에겐 다르게 행동한다. 가족들이 서운해하기도 한다”며 “전선도 뜯지 않고 얌전하고 싫은 짓도 안 하는 체리는 ‘완벽한’ 존재”라고 했다. 체리는 지금 무려 변기에 대소변을 보는 ‘변기 냥이’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변기 냥이’가 되냐고 물어보는데 나만의 비법이 있다”고 말했다. 영락 없는 5년차 집사의 모습이었다.

다른 집사들처럼 체리와의 일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항상 공유하는 그는 ‘고양이를 왜 키우냐’ ‘냄새 나지 않느냐’ 는 댓글에 가끔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는 “저도 원래 개를 좋아했다. 그러나 체리와 인연을 맺으면서 고양이에 빠지게 됐다. 특히 눈을 보면 정말 매력있다. 공룡의 눈이 생각나기도 하고, 볼 때마다 빠져든다”며 “혼자 살기 바쁜데 꼭 키우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다만 인생에 반려동물이 들어오는 어느 순간이 있다. 동물과도 운명이 있다. 동물을 알아갈 기회를 차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체리를 ‘무엇으로도 비유할 수 없는 존재’라고 설명한 김남희는 “남자 없인 살아도 체리 없이 살 순 없을 것 같다”며 “체리와 제가 주어진 시간이 다르다. 제가 체리 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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