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정윤하의 러브월드] ‘https 성인물 차단’과 리얼돌 용품 통관① 무기준

대한민국은 성(性)과의 전쟁 중이다. 연초부터 참 바쁘다. 청렴하고 올바른 인생을 살아오신 높으신 분들이 국민을 위해 도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방향의 정책을 내놓고 있는 거 같은데,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국민의 성화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 2월, 지상파 3사 보도라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리얼돌 통관 허용 판례부터 국민 청원 20만 명을 돌파하며 서울역 촛불 집회까지 만든 ‘https 접속 차단’에 이르기까지,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모순의 시대에 진입해있다.

먼저 리얼돌이다. 리얼돌은 대한민국 성인용품 문화 최후의 과제라 불린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리얼돌 시장은 성인용품을 넘어 일상생활의 변화를 예고하는 미래 산업 중 하나로 불린다.

다만 한국은 끼어들 틈이 없다. 애초에 통관 자체를 불허하고 있으니까. 이유라는 게 참 애매하다. 기준이 없다, 기준이. “풍속(風俗)을 해치고 여성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인데, 이게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거든.

2000년 여성 성인용품이 합법화 됐다. 당시 재판부는 남성 성기를 연상케 하는 제품은 성적 수치심을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전히 불법이었다. 도의 관념에 반한다는 이유였다. 여성용은 합법, 남성용은 불법이라는 놀라운 세상. 그게 대한민국에 실제 했다!

2014년, 남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하던 여성 A씨가 기소됐는데, A의 주장은 이러했다. “나도 여잔데! 수치스럽지 않다! 성인용품 사용은 개개인의 자유다!” 결국 재판부는 남성용 성인용품 불법 판례를 뒤집었다. “성적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판시와 함께.

따지고 보면, 비교적 순조롭게 합법화됐던 여성용 성인용품과 다르게 남성용 성인용품은 온갖 박해와 암흑기를 거쳐 성인용품 사업을 진행하던 A라는 여성에 의해 합법화 됐던 건데, 이거 참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리얼돌도 비슷하다. 리얼돌 수입 통관을 강력히 막고 있는 세관 당국의 주장은 결국 “여성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고, 미풍양속을 해친다”라고 요약 가능한데, 이게 기준이 참 애매하다. 남성용 성인용품이 오랜 기간 불법 딱지를 떼지 못한 이유와 같다.

지난해엔 조세심판원이, 올해엔 서울고등법원까지 나서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의 개인 활동에 국가가 간섭할 수 없다”고 말하며 리얼돌 통관 허용에 손을 들어줬지만, 여전히 국가는 꼼짝할 생각이 없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