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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0승 KT의 반전카드 ‘유-황-손’

KT 손동현 | KT WIZ 제공

프로야구 KT가 시범경기를 ‘0승’으로 마무리했다. 6경기에서 1무 5패가 성적표다. 스포츠경향이 야구관계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5강팀을 묻는 질문에 KT를 포함시킨 관계자는 0명이었다. 성적표는 좋지 않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기존 문법을 흔드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KT의 이번 시즌 ‘반전카드’가 될 수 있다.

‘좌2유’, ‘유1황’, ‘투강손’. 이 3장의 반전카드가 맞아 떨어지면 KT가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다.

KT 이강철 감독은 시범경기를 모두 마친 뒤 “승리는 없었지만 새로운 시도들에 대한 희망적 요소들을 많이 발견했다”면서 오히려 기대감을 드러냈다.

KT의 지난 시즌 문제는 ‘수비력’이었다. KT의 2018시즌 수비효율(DER)은 겨우 63.2%밖에 되지 않았다. 수비효율 1위 두산의 66.4%와의 차이가 3% 이상 벌어졌다. 타율로 계산하면 수비 때문에 3푼이나 손해를 본 셈이다.

수비 틀에 과감한 변화를 줬다. 좌익수 유한준, 유격수 황재균이 열쇠다. 강백호의 강견을 살리기 위해 우익수로 옮겼고 대신 유한준을 좌익수에 배치했다. 중견수 로하스의 부담이 줄어드는 동시에 외야의 수비 범위가 조금 더 촘촘해 질 수 있다. 유한준의 체력 안배를 위해 김민혁이 좌익수 백업으로 나선다.

유격수 황재균은 3루수 윤석민을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카드다. 윤석민의 송구 능력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황재균은 9년만의 유격수 복귀지만 수비에 자신감은 여전하다. 황재균의 송구 역시 강하고 빠르다. 박경수-황재균-윤석민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내야진이라면 실수와 실책이 나오더라도 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이 감독의 ‘계산’에 포함됐다. 공격력을 위해서는 이들 조합이 최상이다.

여기에 1번 황재균-2번 유한준 카드 역시 KT 공격력을 강화시키는 조합이다. 황재균은 시범경기 동안 적극적으로 도루를 시도하면서 ‘1번 적응’을 하고 있다. 2번 유한준 역시 시범경기 타율이 4할6푼2리였다. 강한 2번을 넘어 강한 ‘테이블 세터’진을 꾸렸다. 지난해 둘은 45홈런을 합작했다. 3번 강백호(29개), 4번 로하스(43개)까지 홈런 합계가 117개다.

마운드의 열쇠는 조커 역할을 할 신인 우완 손동현(18)이다. 포수 이해창은 “구위도 좋지만 리그 최연소 투수인데 경기 운영에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타자의 리듬을 읽고 이를 흔드는 투구를 할 수 있는 ‘애 어른’이다. 팀 내에서는 “투수 강백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감독은 “1+1형태의 운영이 아니라 누가 선발이더라도 초반 경기 흐름을 잡아야 할 때 3회든, 4회든 손동현을 바로 투입하는 형태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필승조 롱맨’이다. 이걸 겨우 18세 투수가 맡는다. 손동현은 시범경기 2경기 나와 4이닝 동안 1실점(비자책)으로 평균자책 0이었다. 18타자를 상대로 삼진 8개를 잡아내 삼진율이 무려 44.4%나 된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 삼진율은 삼성 최충연의 29.4%였다. 스프링캠프 최고구속은 150㎞, 시범경기에서는 147㎞를 기록했다.

KT는 1998년 쌍방울(7패) 이후 첫 시범경기 무승 팀이 됐다. 시범경기 성적은 정규시즌 성적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1984년 롯데, 1988년 해태는 모두 시범경기 ‘0승’이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1989년 해태는 1승1무4패로 시범경기 꼴찌였지만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다. 그 해 ‘신인 투수 이강철’은 15승(8패 5세이브)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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