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세계 첫 상용화를 앞두고 이동통신 3사 5G 요금제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가계 통신비 증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5G 단말기 가격이 현재 LTE보다 20~30만원 오른데다, 통신비까지 인상요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9일 SK텔레콤의 5G 이동통신 요금제를 인가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요금제 신고를 마쳤다.
SK텔레콤이 내놓은 5G 요금제는 최저 5만5000원에 8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월 7만5000원(데이터 150GB), 9만5000원(200GB), 12만5000원(300GB) 등 3가지 요금안이 추가돼 총 4구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 제공량 소진땐 속도제한(QoS)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같은날 공개한 LG유플러스의 5G 요금제는 월 5만5000원에 9GB를 제공하는 ‘5G 라이트’, 월 7만5000원에 150GB를 제공하는 ‘5G 스탠다드’. 월 9만5000원에 250GB를 주는 ‘5G 프리미엄’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이번주 공개되는 KT의 요금제 역시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3사의 5G 요금제를 보면, 3만원대 중반부터 시작한 기존 LTE(4G) 요금제와 비교해 가계 통신비가 월 2만원 이상 오르게 된다.
여기에 최저 구간인 5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제공되는 데이터 량이 워낙 적어 ‘유명무실’한 요금제가 될 것이 확실하다. 4K 초고화질(UHD) 영상이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시청할 경우 1시간에 12.3GB 이상이 소요될 수 있어 5만원대 요금제로는 연속 1시간 시청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5G 서비스를 즐기기 위한 최저 요금제는 7만5000원인 셈. 당초 시장에선 5G 서비스가 시작되면 통신요금이 1만∼2만원 정도 인상되리라고 전망돼왔다.
게다가 7만 5000원대 이상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도 본격적으로 5G 서비스를 즐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LTE 기준으로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데이터 소비량은 7년 전 1.4GB에서 1월 8.1GB를 기록했다. 특히 LTE 사용자 3명 중 1명은 이통 3사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헤비유저들로 1인당 월 평균 데이터 소모량은 20.4GB로 추산됐다.
문제는 5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데이터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국내 LTE 가입자들의 데이터 소비 용도를 분석하면 절반 이상이 데이터를 동영상 시청(56.8%)에 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본 제공되는 데이터가 빠르게 소진되면 통신사들이 그동안 홍보해 온 5G 서비스는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5G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만큼 어느정도 요금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균 통신요금만 증가할 뿐 서비스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의 불만은 통신사로 향할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의 요금제 내용이 알려진 지난 27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기존 3만∼4만원대 요금제를 쓰던 소비자들은 5G를 쓰지 못하게 됐다. 이를 이용하려면 요금을 더 내야 한다”며 “최악의 부익부 빈익빈 요금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5G시대가 보편화되기까지는 상당기간 소요될 것이며 LTE요금제 사용자가 많을 것이기에 가계부담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5G 초기에는 일부 ‘얼리어답터’만 이용할 것으로 예상돼 국민 다수에게 적용되는 가계통신비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면이 있는 것 같다”며 “국내 5G 요금제가 외국 기업에 비교해서는 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