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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8시간을 만드는 12시간의 힘②

SBS TV 캡처

방학 동안 우리는 한 해 동안 쓴 글을 모아 <한때, 한때 좋은 추억>이란 책을 펴냈다. 우리의 추억을 예쁘게 그려낸 아이의 그림을 표지로 장식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

또 아이들이 다모임을 통해 직접 기획한 ‘북적북적 시장(재활용물품시장)’을 열었다. 아이들은 시장을 통해 낸 10만원 정도의 수익을 동네 복지관에 후원해 나눔의 소중함도 배웠다. 명절에는 센터 선생님들께 세배를 드리고 용돈도 받고, 센터 가까이 있는 경로당에 찾아가 아이들이 직접 끓인 설맞이 떡국을 나누기도 했다.

그 밖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이들이 인문학과 친숙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최명희 문학관을 방문해 작가의 삶과 작품 설명을 들어 보았으며, 센터 프로그램으로 전통 음악 판소리 수업을 시작했다.

또한 가족 유대강화를 위해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함께 ‘아이 키우는 따숨 이야기 마당’을 진행했다. 그 시간 동안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 앞에서 준비한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어른들은 부모 역할에 대해 발표를 했다.

야외활동도 많았다. 시내버스를 타고 전주 곳곳을 공부하러 다니고, 전주 음식의 자취와 설명을 듣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 보는 기회도 가졌다. 이제 막 판소리 수업을 시작한 아이들을 위해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행사에 지역의 독립운동가 네 분을 기리는 창작 판소리 공연을 보러 가고, 삼성문화회관에서 청소년들이 주연 배우로 진행하는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세배하는 아이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방학 동안 아이들은 책도 많이 읽고, 세밀화 그리기도 하고, 따숨 이야기 활동으로 글도 쓰고, 이야기판도 열었다. 선생님들만 수고를 한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 역시 스스로 다모임(자치회의)을 열어 봉사도우미를 정하고 재활용물품 시작 프로그램도 기획해 보는 등 나름의 역할을 잘 해주었다.

우리의 이런 활동들은 마침내 지난 2월3일 SBS TV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865회)을 통해 전국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아이들 모두 신기해했다.

방학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2월28일에 진행한 한 해 오름식(진급식)과 마침보람식(졸업식)이었다. 올해는 프로그램비가 부족해 열매가 움트는 시기임에도 졸업여행을 따로 가지는 못하고, 장수군과 함께 진행한 문화리더십캠프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센터에서 보내는 하루 8시간30분이라는 시간을 알차고 풍족하게 해주기 위해서 우리는 12시간여의 근무를 해야 한다. 알찬 8시간을 만드는 12시간의 힘이다.

사람들이 내게 말한다.

“힘들지 않으세요? 기운이 소진되지 않으세요?”

조심스레 물어오는 질문에 나는 “물론 힘들지만, 즐겁고 재미있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런 내 대답에 “뼛속까지 타고난 복지인”이라는 칭찬이 더해진다. 오늘도 그 말을 되새기며 선생님들과 함께 힘을 모아, 힘차게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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