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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 탄 김기태, 염갈량에 완벽한 복수…염기라시코 시즌 2 시작

1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광주 KIA 타이거즈의 경기. 5회초 KIA 공격 1사 1루 상황에서 KIA 이창진이 좌중간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SK 염경엽 감독(51)과 KIA 김기태 감독(50)은 30년 넘게 우정을 쌓은 절친이다. 나이는 염 감독이 많지만 광주 충장중-광주 제일고 동기다. 염경엽은 내로라 하는 유격수, 김기태는 거포 가능성을 비춘 1루수였다.

프로 성적은 사뭇 달랐다. 염경엽은 통산 타율 0.195에 백업 내야수였지만 김기태는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였다. 통산 홈런이 249개나 된다.

감독에 먼저 오른 것도 2012년 김기태 감독이었다. 마침 김기태 감독이 LG 감독이 될 때 염경엽 당시 LG 코치는 팀을 떠났다. LG 운영팀장, 수비 코치를 지낸 염경엽 감독을 두고 구단 안팎에서 이리저리 말들이 많을 때였다.

염경엽 감독은 2013년부터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됐다. 이때부터 30년 절친의 얄궂은 대결이 시작됐다. 2013년 김기태의 LG와 염경엽의 넥센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였다. 마지막 경기, 넥센이 한화에 지는 바람에 LG는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LG는 그해 11년만에 가을야구에 올랐다.

순위는 LG가 높았지만 맞대결은 넥센이 11승5패로 강했다. 경기 막판까지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면서 두 팀의 대결에 ‘엘넥라시코’라는 별명이 붙었다. 치열한 승부 끝 넥센이 이기는 패턴이 잦았다. 염경엽과 김기태의 맞대결은 대부분 염경엽 감독이 이겼다. 2013년에는 넥센이 11승5패로 앞섰고 김기태 감독이 KIA 감독으로 옮긴 2015년에도 넥센 염경엽 감독이 맞대결에서 12승4패로 앞섰다. 2016년에도 역시 11승5패로 염경엽 감독의 우세. 김기태 감독이 용을 써도 안됐다. 야구판에서는 “김기태는 염경엽에게 안된다”는 말이 돌았다.

염 감독이 2년 동안 SK 단장을 지낸 뒤 SK 감독으로 현장 복귀했다. 염 감독이 SK 단장이던 2017년 4월 SK와 KIA는 4-4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이때 KIA로 옮긴 외야수 이명기와 포수 김민식은 KIA가 2017년 한국시리즈를 우승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른 구단에서는 ‘절친의 선물’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KIA는 SK에 11승5패로 강했는데, 올해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감독 염경엽은 김기태 감독에게 이긴다는 ‘전례’ 때문이었다.

첫 맞대결 3연전에서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투수교체가 현란했고, 대타와 대수비도 치밀했다. 염경엽 감독과 김기태 감독 모두 입이 바싹 마를 정도로 경기에 집중했다. 3경기 동안 쌓인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결과는 예상외였다. 김기태 감독이 2승1무로 완승을 거뒀다.

김기태 감독은 신들린 듯한 경기 운영을 했다. 12일 1차전에서 연장 12회 동안 2-2로 버텨 무승부를 만들어냈고, 13일 2차전에서는 1-4로 뒤진채 시작한 9회초에서 대타 한승혁의 만루홈런으로 6-4로 역전승했다. 14일 3차전에서는 2군에서 콜업한 임시 선발 홍건희가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4-1로 앞선 8회에는 고영창-임기준-이민우 등 투수 3명을 잘게 끊어쓰며 리드를 지켰다. 앞서 2차전에서도 역전 직후인 9회말 투수 3명을 잘라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투구 교체와 대타 투입이 작두탄 듯 이뤄졌다.

일단 첫 대결에서는 작두 탄 김기태 감독의 완승이었다. 아직 맞대결은 13번 더 남았다. 다음 대결은 5월10~12일 광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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