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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경영 ‘항공 빅2’ 잘 날아오를까

국내 항공업계의 양날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나란히 경영체제의 큰 변화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20여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두 회사의 수장이 각각 별세와 경영악화에 따른 퇴진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기 때문. 경영 승계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갑작스런 체제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자칫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양사 모두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후계자로 떠오른 조원태 현 대한항공 사장(44)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43)의 위기관리 능력이 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먼저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뒤 사장단 중심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장남인 조원태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점쳐지고 있다.

조원태 현 대한항공 사장

조 사장이 최근 대한항공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를 이끌어 온데다 전사 IT 클라우드시스템 전환을 주도하며 대한항공의 국제경쟁력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 지난해 조 회장이 요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에는 올해 시무식을 직접 챙기는 등 경영 전반에 나서 실질적인 총수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상속세가 최대 2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조 사장이 가진 그룹 계열사 주식을 통한 배당을 비롯해 그간 쌓아둔 재원이 충분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것.

하지만 1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작년 말 기준 한진가의 한진칼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은 한진칼 총 보유 지분 28.93% 중 27%에 해당하는 7.75%를 이미 금융권 및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방식으로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것.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진칼과 한진의 주식담보대출로 조달 가능한 금액은 현재 609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과의 경영권 분쟁을 피하고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조 사장의 자금 조달 능력이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3년내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도 좋다’며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채권단에게 요청했지만, KDB 산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는 채권단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이에 금호아시아나 측은 구체적인 자산매각 계획 등 채권단 요구에 맞춰 이번주 중 수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재계에서 이번 박 전 회장의 조건부 제안이 큰아들인 박세창 사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기는 ‘승계’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채권단이 박 전 회장 일가의 경영능력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어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관련,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신한생명에서 열린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물러나면 그 아드님이 경영을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이 두 분은 뭐가 다른가”며 박 전 회장의 ‘조건부’ 자구계획에 내포돼 있는 경영권 승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이 금호산업 지분을,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품고 있는 구조여서 금호고속 지분을 50% 이상을 거머쥐면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금호고속 지분은 박 전 회장이 31.1%, 박 사장이 21.0%를 지니고 있다. 이 두사람의 지분 중 42.7%는 이미 산업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다.

문제는 박 사장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조2000억원대 아시아나항공 채무를 안고 그룹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실제로 박 사장은 2005년 금호타이어에 입사(경영기획팀 부장)해 영업총괄 부사장, 기획ㆍ관리총괄 부사장 등을 거쳐왔지만 금호타이어 실적은 해마다 급락해 결국 중국 타이어제조사인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현재 몸을 담고 있는 아시아나IDT도 아시아나그룹에서 일감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재계 내부에선 박세창 사장이 ‘빚잔치’를 벌여온 회사를 맡아 제대로 이윤을 낼지 담보할 수 없을 뿐더러 금호타이어 관련 대출까지 떠안고 있어 3년 이란 시간을 더 주어도 경영정상화가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항공그룹사가 동시에 3세로의 경영 승계를 본격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도덕성과 경영능력 논란에 휩싸이며 향후 전망은 시계제로 상태”라며 “순조로운 승계를 위해서는 현재 거론되는 두 후계자가 모두 위기관리능력, 특히 시급한 자금 조달에서 확실한 능력을 보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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