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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좋아서하는밴드 “우리만 할 수 있는 음악, 꾸준히 달린 10년 기특해요”

어쿠스틱밴드 좋아서하는밴드. 사진 웨스트브릿지

“우리만 할 수 있는 게 있는 밴드, 좋아서하는밴드입니다.”

내리막길이 두렵지 않은 ‘천생 뮤지션’ 좋아서하는밴드가 팀 색과 잘 어울리는 곡 ‘도도’를 발표했다. ‘도도’는 서울환경운동연합의 환경음반 제작 프로젝트 <들숲날숨-서울환경연합 그린 뮤직 챌린지>의 아홉 번째 곡으로, 도도새가 멸종되자 씨앗을 틔우지 못한 카바리아 나무의 시선으로 ‘한 종의 사라짐이 또 다른 종의 사라짐으로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다.

곡의 주인공인 좋아서하는밴드는 퍼커션과 우쿨렐레를 맡은 조준호, 기타를 맡은 손현,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안복진으로 이뤄진 3인조 어쿠스틱 밴드다. 2009년 EP앨범 <신문배달>로 데뷔했으며, 이후 특유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가사와 멜로디의 곡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다.

밴드 이름에서 느껴지는 아마추어리즘 때문에 고민도 있지만, 10년여간 ‘좋아서하는밴드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오롯이 사랑해주는 것에 흐뭇함을 느낀다는 그들은 ‘뼛속까지 음악인’이었다.

어쿠스틱밴드 좋아서하는밴드. 사진 웨스트브릿지

아래는 좋아서하는밴드와의 일문일답.

-‘도도’는 어떤 곡인가.

조준호:“한 아트캠프에서 도도새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화가를 만났다.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면 본성 마저도 잃어버리고 자멸로 이어진다는 것에 대한 경고를 담은 것이라고 했다. 근사하다고 생각해 곡작업을 하려고 자료를 찾아보다가 카바리아 나무를 알게 됐다. 두 생명체가 공생관계였다는 사실이 도도새 멸종 후 나중에 발견 됐다고 했다. 이렇게 끊어져버린 공동체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이 들었다. 카바리아 나무 입장에서 보면 말도 못하고 도도새의 멸종을 지켜봐야 하지 않았겠나. 이런 상황에 빗대어 ‘너의 사라짐이 나의 사라짐이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환경연합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조준호:“그 동안 ‘북극곰아’ ‘1초 만에 만나는 방법’ ‘포클레인’으로 환경에 대한 노래를 선보였었다. ‘도도’ 역시 이미 프로젝트 전에 구상했던 곡으로, 팀으로는 네 번째 선보이는 환경 노래다. 데뷔 전 2008년 불렀던 ‘미안 개미야’까지 한다면 다섯 번째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환경과 관련된 메시지가 담긴 음악을 계속 발표했었다.”

안복진:“환경과 관련해서는 팀이 더 열려있는 편이다. 셋 다 공연이든 캠페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밴드 이름이 참 좋다. 요즘 좋아서 일을 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나.

조준호:“사실 좋아서 시작한 밴드는 아니다. 제가 원래 하던 밴드가 해체돼 주변에 아는 친구들에게 부탁해 2008년 4월 20일 지구의 날 행사 무대에 올랐던 게 지금까지 오게 됐다. 팀 이름도 없었지만 우리의 공식적인 첫 무대라 그날을 기준으로 기념일을 센다. 이후로도 계속 같이 길거리에서 공연을 했다. 한 관객분이 ‘노래가 너무 좋다. 밴드 이름이 뭐냐’고 묻길래, ‘그냥 좋아서 하는 밴드에요’라고 답했다. 이름이 없단 얘기였는데 그분이 ‘이름이 참 좋네요’ 하더라. 생각해보니 마음에 드는 것 같아 정하게 됐다.”

어쿠스틱밴드 좋아서하는밴드. 사진 웨스트브릿지

-그런 이름에 고민도 있다고.

조준호:“밴드 이름에서 느껴지는 아마추어리즘 때문에 ‘프로’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활동 초반에 제천국제영화제에 초대 받기도 하고 심지어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하기도 했다. 근데 당시에는 그런 것들의 무게를 모르고 그냥 어설픈 실력으로 즐기면서 일정들을 소화했다. 그렇게 우리 팀에 대한 색깔이 그대로 박혀버렸다.”

안복진:“직장인 밴드 중 같은 이름이 많다.(웃음) 진지하고 멋있는 음악도 하고 싶은데 밴드 이름에서 오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멤버 한 명 한 명 음악가로서의 고민도 큰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럼에도 10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히 함께 이어왔다.

안복진:“처음 시작할 때는 다들 20대였고, 잃을 것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할 것이 있다는 게 신기한 나이였다. 처음 5년 동안은 저희가 시작하면서 기대한 것보다 훨씬 일이 잘 풀렸다. 성취감으로 5년을 지냈다. 이후로 5년 여는 우리가 10년 쯤 됐을 때 어떻게 돼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지낸 것 같다. 앞의 5년은 정말 ‘좋아서’ 재미로 했다면, 뒤의 5년은 음악가로 고민이 많았던 시기다.”

손현:“10년을 채우자고 달려온 것은 아닌데, 할 일 하면서 오다 보니 어느 순간 10년이 돼 있었다. 우리가 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인디신이 지금처럼 크게 활성화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버티다 보면 우리만의 자리를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꾸려온 것 같다.”

-상업적 성공이나 유명세가 아쉽진 않은지.

조준호:“그런 생각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다. 그렇지만 부족한 부분에 욕심을 부리는 게 나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웃음)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 ‘이제 천천히 내려갈 준비를 해야한다’는 말도 농담식으로 듣지만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기에 ‘도도’ 같은, 우리만 할 수 있는 곡이 나올 수 있는 거다.”

손현:“10년의 경력이 묻어있기에 가능한 것들이 많다. 앞의 10년이 없었다면 지금 하고 있는 개인 활동들도 크게 시너지를 보지 못했을 거다. 좋아서하는밴드가 있기에 가능한 활동들이다.”

안복진:“10년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오더라도 못할 것 같다고 미뤘으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들이다. 저희 나름의 욕심으로 여지껏 해온 것 같다. 우리 만이 할 수 있는 것을 10년간 꾸준히 해왔고, 그걸 알아주시는 분도 많이 생겼다. 그렇게 시간을 쌓아왔다는 것에 세 명 다 고생 많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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