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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설렘#토종에이스…김원중 “무조건 이닝, 머릿속 비웠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단순해지니 가벼워졌다. 김원중(26·롯데)이 3년차 선발의 성숙함으로 새 토종 에이스를 기다리는 롯데를 설레게 하고 있다.

김원중은 23일까지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 2.05를 기록하고 있다. 올시즌 롯데 선발진 가운데 가장 뛰어나고 안정된 투구로 사실상 1선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평균자책에서는 전체 4위를 달리며 시즌 초반 리그의 새로운 에이스 후보로도 기대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닝 소화능력이 두드러진다. 롯데 선발들이 모두 5경기씩 등판한 가운데 김원중은 30.2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6이닝씩 소화했다. 레일리(27.2이닝)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톰슨과 함께 롯데 선발 중 가장 확실한 ‘이닝이터’로 자리하고 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24일 키움전에서 5.1이닝 4안타 2실점을 기록한 이후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 등판한 18일 KIA전에서는 7이닝 4안타 1실점으로 개막후 최고의 투구를 하며 점점 발전하는 중이다.

김원중은 ‘이닝이터’를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로 지목받으면서 부담도 느꼈던 시즌을 지나 올해는 책임감을 갖기로 했다. 김원중은 “지난해에도 구위에서는 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좋은 구위로 쫓기듯 마운드를 내려오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며 “선발이면 6~7이닝 정도는 채우고 내려오자고 올해 결심했다. 절대 마운드에서 일찍만 내려오지 말자는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닝은 선발 투수들의 가장 기본 덕목이지만 풀타임을 선발로 뛰며 평균 6이닝 이상씩 던지기가 결코 쉽지 않다. 지난해에도 18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총 3명, 그 중 국내 투수는 양현종(184.1이닝)뿐이었다. 2017년부터 풀타임 선발로 뛴 김원중은 그해 24경기에서 107.1이닝을 던진 뒤 지난해에는 30경기에서 145.1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5이닝을 던지지 못했지만 지난해 롯데 국내 투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발이었다.

올해 이닝을 목표로 삼으며 김원중은 체력과 함께 마음 단련에 집중했다.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던지기 위해 머릿속을 정리하는 연습을 했다. 김원중은 “나는 원래 단순해서 생각이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던지다보면 경기적인 계산 외에 볼 던지면 어쩌지, 볼넷 주면 어쩌지 하는 쓸 데 없는 생각이 들 때가 꽤 있다”며 “잘 해야 된다 생각하니 던지다보면 화도 나고 혼자 흥분해 무너질 때가 많았다”고 돌이켰다.

지난해 30차례 선발 등판해 6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킨 것이 8경기뿐이었던 김원중은 올시즌 초반 자신이 달라진 이유를 ‘멘탈’로 설명하고 있다. 김원중은 “제구가 안 될 때는 아무 방법이 없는데 그게 결국 기술이 아닌 정신적 원인인 것 같다. 올해는 진짜 더 잘 하고 싶기 때문에 이제 아무 생각하지 않고 던지는 연습을 했다.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다”며 “목표도 구체적으로 잡으면 결국 그로 인해 쫓긴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다치지 말고 마운드에 오래만 있자’고 목표도 아주 단순하게 잡았다”고 말했다.

롯데는 2014년 시즌을 마치고 장원준이 두산으로 떠난 이후 사실상 ‘국내 1선발’을 만들지 못했다. 몇년간 꾸준히 선발 자리를 지키며 확실하게 이닝을 책임지는 안정감 있는 국내 선발이 나오지 않았다. 2017년 박세웅이 171.1이닝을 던지며 12승(6패)을 거둬 그 가능성을 보였지만 지난해 부상으로 이탈해 올해도 뛰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3년째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성장 중인 김원중의 올시즌 변화가 롯데를 설레게 하는 이유다.

김원중은 “지금은 몇 경기 하지 않았다. 다만 올시즌 끝날 때도 ‘롯데의 토종 에이스감’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잘 한 것 아닐까 싶다. 이제 5경기 던졌으니 남은 25경기도 오래, 잘 던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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