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종합] 연예계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게 될 박유천의 기자회견

가수 박유천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황하나씨 마약 수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전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가수 박유천(32)이 자처한 기자회견은 연예계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을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박유천에 대한 마약 반응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음을 통보받았다고 23일 밝혔다.

박유천은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체모 대부분을 제모한 상태였다. 경찰은 16일 박유천의 하남 자택과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박유천 모발과 다리털을 확보했다. 필로폰 성분은 다리털에서 나왔다.

박유천은 끊임없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왔다.

마약류관리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가 박유천을 지목하며 그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황하나씨는 “3년 동안 마약을 끊었지만 박유천 권유로 다시 마약을 시작했다. 잠든 내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유천이 황하나씨 아파트를 올해 초까지 드나든 흔적이 담긴 CC(폐쇄회로)TV를 비롯한 상당량의 증거를 확보했다. 또 박유천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강제 수사로 전환해 소환 시기를 조율 중에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박유천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앞에 섰다. 당시 경찰은 박유천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의 기자회견 자처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박유천은 “제가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되는 마약을 복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제 혐의가 인정된다면 연예인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하는 것을 넘어 제 인생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이기에 절박한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가수 박유천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황하나씨 마약 수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전한 뒤 사과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이어 “황하나씨는 우울증과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관련 없다. 황하나씨가 제 앞에서 마약을 복용하거나 약을 먹었다는 말도 한 적 없다”고 했다.

당시 박유천의 기자회견은 대중들의 옹호를 얻기 충분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기자회견까지 자처하겠느냐는 의견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장에 난입한 일부 팬들은 “하늘을 보라. 기도하겠다”고 외치기도 했다.

박유천의 팬들 역시 지지 선언을 했다. 박유천 팬 모임인 디시인사이드 박유천 갤러리는 11일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준 박유천의 여정이 결코 외롭지 않도록 앞으로도 우리는 그와 함께 걸을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총 세 차례에 이르는 소환과 경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박유천의 결백 주장은 점점 물음표를 향해 갔다.

경찰은 먼저 증거인멸을 의심했다. 박유천은 올해 초부터 염색을 자주하는 행보를 보였다. 또 모발은 남기고 나머지 체모를 모두 체모했다. 마약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수사에 대비에 염색이나 제모를 하는 행위는 드문 행위가 아니다. 실제 최근 마약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씨와 방송인 로버트 할리 모두 머리카락을 염색·탈색하거나 체모를 제모한 상태로 경찰에 출석했다. 이는 엄연한 증거인멸 행위다.

또한 경찰은 다수의 CCTV 확보로 박유천이 마약상에게 돈을 입금하고 마약이 감춰져 있던 현장에 나타나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찾는 등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구입했다고 판단했다.

박유천은 수사 과정에서도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박유천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권창범 변호사는 “박유천은 과거 왕성한 활동을 할 당시부터 주기적으로 실제 일부에 대해 제모를 했다”고 주장했다.

가수 박유천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황하나씨 마약 수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전한 뒤 사과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박유천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도 ‘던지기 수법’과 관련해 “황하나씨 부탁으로 누군가의 계좌에 돈을 입금했고 뭔지 모를 물건을 찾아 집으로 갔다”며 “입금한 계좌가 마약 판매상의 것인지 찾은 물건이 마약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또 ‘박유천 손등에 바늘 자국이 있다’고 보도한 MBC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예고하며 “수개월 전 이미 다친 손으로 새끼손가락에도 다친 상처가 있다”고 했다.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보도된 모든 내용을 기정사실화로 예단하는 것은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이기도 하다. 다만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박유천이 기자회견장에서, 경찰서 소환 당시 구구절절하게 외쳐왔던 결백 주장은 상당수가 거짓임이 드러난 셈이 됐다.

결국 팬들도 등을 돌렸다. 박유천 지지 입장문을 발표했던 디시인사이트 박유천 갤러리 일동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박유천은 결국 팬들 마음에 또다시 상처를 줬다”며 “더 이상 그를 응원할 수 없는 사태까지 이르렀기에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퇴출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경찰은 확보된 증거와 그간 소환 조사로 혐의 입증이 충분하다고 보고 이날 박유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24일 “박유천과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돼 전속계약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유천은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대로 연예계를 은퇴할 것이며 향후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재판부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