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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이동훈, 27일 맥심커피배 정상 놓고 마지막 승부

이동훈 9단(왼쪽)과 신진서 9단이 맥심커피배 결승2국에서 깊은 수읽기에 빠져 있다.

“연패의 사슬을 끊었으니 연승을 이어 가겠다” vs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최강 입신’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바둑의 미래’ 이동훈 9단과 신진서 9단이 결국 최종국까지 벌이게 됐다. 특히 이 대결은 바둑팬들과 함께해 더욱 큰 흥미를 이끌어 낼 전망이다.

지난 22일 강원도 양양 쏠비치리조트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20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3번기 2국에서 국내랭킹 4위 이동훈 9단(21)이 2위 신진서 9단(19)을 상대로 246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1-1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날 이9단의 승리는 그의 바둑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듯하다. 마침내 ‘신진서 그늘’에서 한 걸음 벗어났기 때문이다. 2011년 13세의 나이로 프로의 문턱을 넘어선 이9단은 입단 전부터 ‘한국바둑의 미래’로 꼽혔다. 입단 4년 만인 2015년에 KBS 바둑왕전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16년에는 GS칼텍스배 우승까지 거머쥐며 이창호-이세돌-박정환의 뒤를 이을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입단 1년 후배이자 두 살 아래인 ‘라이벌’ 신진서 9단 앞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2016년 제11회 춘란배 국내선발전 예선에서 패배한 이후 무려 9연패를 당했다. 지난 8일 열린 이번 대회 결승1국에서도 좋았던 바둑을 역전패당하며 ‘신진서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드는 듯한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9단은 이번 결승2국에서 ‘신진서 극복’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초반부터 인공지능 승리예측 80%대를 기록하며 신9단을 완벽하게 제압한 것. 막판 신9단의 집요한 흔들기에도 미동조차 안 하며, 소신산(小神算 : ‘신산’ 이창호 9단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붙은 별명)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이날 승리로 승부의 저울추를 평형으로 맞춘 이9단은 “공식대국에서 신9단에게 한 판도 이기지 못해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제 부담감을 덜어낸 것 같다”며 “3국도 잘 준비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언제나 목표는 세계대회 우승이다. 올해를 시작점으로 삼아 앞으로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예전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이9단은 또 “내 눈빛이 상대에게 읽히는 것이 싫어 선글라스를 끼고 바둑을 둘까도 생각해 봤다. 실제로 선글라스를 쓰고 바둑을 둘지도 모른다”고, 남다른 승리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9단이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이날 패배한 신9단이 “내 스타일대로 바둑을 두지 못했다. 특히 국면을 반전시킬 기회를 실수로 놓쳐 아쉽다”며 “3국이 남은 만큼 준비를 잘해서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3번기가 단판승부로 바뀐 올시즌 맥심커피배 최종국은 27일 오후 7시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다. 이날 대국은 바둑팬 초청 공개해설회와 함께 진행된다. 공개해설회에 참석하기를 원하는 바둑팬들은 한국기원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한편 최종국에서 신9단이 승리하면 그는 19세42일로 맥심커피배 최연소 우승의 신화를 쓰게 된다. 이는 2012년 박정환 9단이 세운 19세54일을 12일 앞당긴 기록이다.

동서식품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의 우승상금은 5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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