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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예원 “상처 많았던 연예계 생활, ‘사람’으로 치유했죠”

배우 강예원,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엄청 많이 받았어요. 누구나 이 일을 10년 이상 하면 상처투성이가 될 걸요. 아닌 척하고 사는 사람이 반 이상이라면, 전 다 드러나는 스타일이라 주변에 치유해주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김숙처럼 묵은지마냥 진한 인연들과 서로 상처를 치유해주면서 살아왔거든요.”

배우 강예원이 데뷔 이후 지난 19년을 돌아봤다. 낯 가리는 성격이라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내 사람’을 한명씩 만들어가며 나름 만족할 만한 길을 걸어왔다고 평가했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될 거예요.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건 어쨌든 축복받은 거니까요.”

강예원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영화 <왓칭> 촬영 후기와 유명인으로 사는 삶에 대해 털어놨다.

영화 ‘왓칭’ 속 강예원.

■“‘왓칭’ 데이트 폭력·공포심·여성으로서 불쾌감 잘 녹아 있어”

<왓칭>을 택한 건 ‘현실적인 공포’를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경비원인 ‘준호’(이학주)가 제가 연기한 ‘영우’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구하는데 이거야말로 데이트 폭력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CCTV나 지하주차장 내 공포심도 잘 녹아있고, 누군가 나를 지켜본다는 폭력, 여자로서 수치심과 불쾌감이 느껴지면서 시나리오에 빨리 흡수되는 것 같더라고요.”

촬영하면서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는 그다.

“지하주차장에서 내내 촬영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답답하다고 느낀 적도 여러번이고요. 집에서 발 뻗고 자는 행복감도 그리워지더라고요. ‘작은 행복찾기’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특히 제작 예산이 적어 환경적인 취약점도 많았다고. 그럼에도 완성본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가령 10억이 들었다면 10억 이상으로 결과물이 나와야 잘 만든 거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에선 <왓칭>은 상당히 잘 해냈다고 생각해요. 일반 시사에서도 관객들의 들썩임이 다른 영화에 비해 너무나 커서 놀라웠고요. 이제야 집에 가서 부담 내려놓고 푹 잘 수 있겠다 싶었죠.”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며 소소한 기억을 풀어놓았다.

“스태프들이 정말 좋았어요. 차갑고 어두운 지하주차장이었지만 사람들로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였죠. 햇빛을 못 받아서 사람에게 더 의지했고, 각 팀들도 가족처럼 끈끈하게 지냈고요. 한번은 비타민을 채워야 한다고 다 함께 마트로 가서 과일도 사다 먹었어요. 즐거웠던 경험이에요.”

■“행복지수 높은 편,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만 먹어도 행복해”

그는 스스로를 ‘유쾌하지만 장난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정색하는 성격’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내 사람’에게만큼은 다르다며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예전엔 새로운 사람이 늘 궁금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사람에게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죠. 시간을 묵힌 사람, 더 오래 보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더 조심히 대해야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오래된 사람에겐 막 대할 수도 있고 짜증도 낼 텐데, 사실 오랜 시간이 쌓인 관계만큼 소중한 게 없더라고요.”

그에겐 행복의 기준도 높지 않다.

“행복지수가 높은 편이거든요. ‘내 사람’과 밥만 먹어도 행복해요. 유별나게 ‘소확행’이란 말을 쓰진 않지만, 일상적인 것에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고 있어요.”

그렇다면 평소 생활은 어떨까.

“남들이 보기엔 재미없게 사는 편이에요. 하하. 술도 잘 안 마시고 집에 일찍 들어오곤 하죠. 집에서 그림도 그리고 맛있는 걸 먹기도 하고요. 사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오랜 시간 밖에 있으면 힘들어해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데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마지막으로 ‘배우 강예원’으로서 듣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지금까지 잘해왔다. 지금처럼만 열심히 잘하라’는 응원의 말을 듣고 싶어요. 지금과 똑같은 에너지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같이 이뤄가려면, 어떤 평가보다는 응원의 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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